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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양질의 보편 지향의 페스티발을 기대하며 - 제1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용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 외 3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는 말 그대로 양질의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을 한데 모아 대중과 만나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올해로 16번째 맞이한 이 페스티발은 해외초청작, 국내선정작, 합작프로젝트, 창작산실 in SPAF, 제10회 서울댄스컬렉션&커넥션 등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졌다. 이 중 무용 공연은 서울댄스컬렉션을 제외하고 국내 선정작으로 트러스트무용단 외 4편 그리고 그 외 4개의 무용 작품이 대중과 소통하였다. 이 중 대학로의 두 공간(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하루(2016년 10월 15일)동안 시차(3시, 5시)를 둔 네 공연을 통해 이 행사의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

 김용걸 댄스 씨어터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16.10.14.-15)은 Reflection으로 시작하여 ‘Trust’, ‘애’(愛), ‘Friend’, ‘In the Dark’, ‘굿’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잊고 싶은 그러나 현실이었던 이야기를 춤으로 반추한다. 여기서는 부끄러움과 죄의식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문제들, 위안부 문제, 삼풍백화점 참사,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의 집단적 사건과 동물 학대, 공부로 인해 자살한 청소년의 이야기 등의 미시적 담론까지 부분부분 주제로 담아낸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그 주제를 관객과 함께 고민하며 춤으로 풀어놓는다. ‘중립’에서는 무음악 속에서 절규하고. ‘굿’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동물의 탈을 거꾸로 쓴 무용수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뒤틀어진 자화상에 대한 씻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발레를 통한 사회의식의 발현이란 측면에서 주목할 수 있다. 발레는 낭만적이고, 고전적이고, 추상적이란 고정관념에서 이 작품은 벗어나 있다. 그래서 주제나 의식의 표현이 아닌 사회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커튼콜 없이 마무리한 점은 우리 시대에 사회 윤리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관객에게 묻고 같이 생각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잔잔한 충격을 준다.


 이어 세 개의 작품이 한 공간 안에서 공연되었는데 댄스프로젝트 뽑끼의 <75분 1초>,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노련한 사람들>, Ninety9 Art Company의 <심연>(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6.10.15.-16)으로 무용단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낸 수작들이다. 이 세 작품은 이미 2015, 16에 초연이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렇지만 미세하게 변용되어 새롭게 관객과 만난다.

 <75초 1초>(이윤정 안무)는 균형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건 몸에 대한 균형이지만 마음에 대한 균형이고, 일상 그 자체에 대한 균형이다. 무용수들은 옆으로 비틀거리며 외줄을 타듯 걷고 뒤로 걷고 제대로 걸으려 하지만 쓰러지고 시종일관 쓰러지고 일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관성으로도 이야기되고, 기계적으로 온/오프(on/off) 상태의 경계에서 그 찰나에 대한 고민과 생존이다.

 이러한 표현은 후반에 한데 뒤엉켜 함께 움직이고, 따로 천천히 걸으며 자존을 찾으려는 모습으로도 표현되며 삶의 반복적 패러다임을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추상적인 주제이지만 명확한 움직임, 찰나, 온/오프라는 균형의 문턱을 묘파하며 관객에게 실존에 대한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다크서클즈 컴템포러리 댄스의 <노련한 사람들>(김성민 안무)는 재미있는 무용극이다. 코믹하면서도 열정이 있고 움직임도 유동적이다. 게다가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익숙한 음악 속 몸짓은 서사구조를 만들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시작하여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마무리 짓는 후반부의 움직임은 장중하지만 가볍고, 집중시키지만 여유롭다. 굳이 제목과 내용을 맞추려 하지 않더라도 대중 지향의 무용극으로 이들의 고정 레퍼토리로 지속될 수 있는 작품이다.

 Ninety9 Art Company의 <심연>(장혜림 안무)은 잘 짜인 구성에 안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을 이룬 작품이다. 지향점은 제의적이지만 움직임은 유려하여 그 주제의식을 마음으로 전달하며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또한 몽환적 목소리의 소리꾼은 베이스 기타처럼 중심을 잡고 현악기와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지향의 음악의 절정 부분은 반복적 리듬 속 움직임을 통해 한풀이의 황홀경보다 작품이 끝난 이후에도 델리케이트한 감흥을 전달해주고 있다.

 네 작품은 모두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다. 게다가 한번 씩 검증을 거친 작품이 많다 보니 실험성보다는 관객에게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무대이다. 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지향점에서 바탕을 둘 수 있다. 이러한 지향점은 관객이 아닌 평생 무용을 보지 않았던 대중에게 더 소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를 통해 뚜렷한 주제나 보편적이지만 양질의 공연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서기를 바란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ba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