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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드라마로서 구현된 불멸의 사랑-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진실한 사랑은 죽음도 불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때로는 극적으로 때로는 사실적으로 다룬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유니버설발레단에 의해 10월 22~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시공을 초월해 탁월한 심리묘사와 안무기법으로 원전에 가장 부합되는 버전을 보인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최초 공연권을 획득한 유니버설발레단이 2012년에 이어 무대와 의상을 재정비했고 또한 맥밀란의 제2의 뮤즈였던 알렉산드라 페리와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주역 에르만 코르네호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이 둘의 공연이 아니라 22일 황혜민(줄리엣), 이동탁(로미오), 머큐쇼(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티볼트(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 벨볼리오(강민우), 패리스(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의 공연을 봤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황혜민의 중력을 거스르며 날아갈 듯한 가벼움과 여성성의 발현, 이동탁의 남성다움과 깨끗한 기본기, 강민우와 외국인 주역들의 훌륭한 체격조건과 표현력이 외국무용단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막이 오르면, 대규모 세트와 수많은 군무진들로 중세풍의 분위기를 연출했고, 여기에 더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발레음악으로 완성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과 폴 코넬리의 지휘력이 웅장하고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총 3막 1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막에서는 무도회 장면과 마을 광장에서의 칼싸움, 이동탁과 콘스탄틴, 강민우의 3인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담은 발코니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칼싸움 장면은 서로 합을 맞춰 실감나게 다뤄지면서 긴장감을 주었고, 발코니 장면은 서정적인 음악과 애틋한 감정의 교환이 드라마틱했다. 2막은 마을 광장의 축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 결혼식, 머큐쇼와 티볼트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3막은 줄리엣의 침실에서 시작해 살인자가 된 로미오, 패리스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줄리엣의 부모, 지하묘지에서의 영원한 이별이 핵심을 이룬다. 특히 죽은 줄리엣의 늘어진 신체를 몇 번이고 들어올리는 장면은 황혜민의 가냘픈 몸매이기에 가능한 모습이라 생각되었다. 스토리라인은 우리가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내용에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드라마틱한 표현이 빛을 발해 더욱 낭만적이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찬가로 완성된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황혜민은 알렉산드라 페리라는 대단한 발레리나와 견주어 가냘프고 긴 팔다리와 연륜을 더해가면서 성장하는 깊이 있는 표정으로 그녀가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발레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재인식시켰다. 또한 이동탁과의 파드 두에서 둘은 힘과 유연성의 조화로 안정되고 탁월한 장면을 완성했고, <심청>이나 그밖의 다른 작품에 비해  장점이 도드라졌다. 가끔 유연한 흐름이나 감정적 여운이 약한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이동탁 역시 큰 키와 기교가 다른 로미오 역의 발레리노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캐릭터들도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연기해 기량을 과시했고, 특히 케네스 맥밀란의 움직임 어휘 자체가 무척이나 빠르고 역동적이어서 군무진들이 소화하기에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되었다.


 전체적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장면전환이 많고 인물들의 등퇴장이 너무 보이는 점, 난해한 의상이 다소 아쉬웠지만 한국발레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했으며 작품 자체로서도 세계적인 명작일 뿐만 아니라 국립발레단이 아닌 유니버설발레단이 그의 작품을 공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받을만 했다. 이에 국가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예술적 안목의 향상과 더불어 더욱 완성도를 더할 것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유니버설발레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