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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다하여 정신이 쇄한 것인가 아니면 정신이 다하여 몸이 쇄한 것인가? -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


 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렉쳐 퍼포먼스 <춤이 말하다 2016>은 말 그대로 춤에 대한 이야기이다. 춤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렇지만 단순하게 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움직임을 말로 설명하고 말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2013년 이 퍼포먼스가 생긴 이래 관객은 무용수가 가지는 고민을 공유하며 몸이 지니는 여러 가치를 이해하려 한다.

 2016년에는 2013년에서 2015년에 고민한 여러 흔적들, ‘오늘의 춤’, ‘소진되는 춤’, ‘스튜디오의 안과 밖’의 문제를 다시 되묻고 이에 대한 변화와 차이를 11명의 무용수의 목소리를 통해 풀어놓았다.(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2016.10.28-30) 여기서는 10월 29일에 논의된 2014년 버전 <소진되는 몸을 이야기하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차진엽이 이날 말하고자 하는 화두 중 하나는 ‘~답다’이다. 그녀는 예전에 남자들을 이기려고 조금은 역동적이고 큰 동작의 ‘남성적 춤’을 추었다 한다. 그렇다면 여성이 역동적인 춤을 춘다면 그건 남성춤인가 여성춤인가? 이러한 고민은 결국 여자다운, 남자다운이 아니라 자신답게 춤을 추는 결론에 이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소모적인 일로 진정한 소진이 필요한 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소진(消盡)이란 정신적으로나 몸이 다하여 쇄한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몸이 다하여 정신이 쇄한 것인가 아니면 정신이 다하여 몸이 쇄한 것인가? 이런 질문은 동서양 철학자들의 여러 고민 속에 표출된 문제로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가 논의한 몸인 나와 몸을 가진 자의 양면성의 문제 혹은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의 측면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용에서는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것이 어떠한 정신을 이끌 수 있을까?


 한국 무용가인 오철주는 이러한 몸의 유동적 흐름과 상관하는 한국무용의 철학적 의미를 논의한다. 오철주는 한국무용의 대표적 마스터이다. 절제되어 있는 그의 춤은 이미 일가(一家)를 이루었고 그에게 많은 이들이 춤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 그는 풀치마를 입고, 섬세하게 몸의 움직임을 몸 부위 하나하나를 들어 설명을 한다. 이러한 생각은 몸의 움직임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그는 이러한 이기일원론적 시각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한국무용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정중동 동중정(靜中動 動中靜)에 대한 언급도 없다. 이는 이번 공연의 주제가 몸의 소진이란 측면도 있지만 결국 제대로 된 몸의 쓰임이 정신을 이끌어 간다는 인식과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스트릿 댄서 디퍼는 몸에 대한 직설적인 이야기인 부상과 상해에 대하여 언급하고 이를 춤으로 보여준다. 스트릿 댄스처럼 부상이 많이 발생하는 춤도 또 있을까. 그는 어깨가 좋지 않은 상태임을 주치의사의 영상으로 보여주며 ‘만약에 춤을 출 수 없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한쪽 팔에 팔걸이 깁스 보호대를 하고 춤을 추어 춤꾼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평생 춤만 살아온 이들에게는 짠한 마음을 전해준다.

 김설진은 대중에게 익숙하고 춤 잘 추는 무용가이다. 어눌한 듯 말하지만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고, 대중성을 지니기에 관객들도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그는 몽환적 상태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재현하며 움직임의 본질적 질감에 대한 문제를 말한다. 그리고 콤플렉스를 들추어낸다.

 이렇게 무용에서 몸은 절대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그 몸은 어떻게 표현되고 수용될 것인가? 이러 저러한 요설 속에 절대 진리란 없겠지만 결국 머리로 걷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발로 생각하는 것도 아닌 머리나 발이 모두 몸의 한 부분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지식과 경험 그리고 체화(體化)된 사상 속에서 춤이 나옴을, 단순하게 몸으로만 익히는 것이 아님을 이들의 목소리, 춤이 말함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국립현대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