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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역동적 시공간 -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바디 콘서트〉


 가장 좋은 춤은 어떤 것일까? 기법에서 보통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춤을 추어 경외감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저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를 풀어주어 눈물짓게 만드는 것일까? 혹은 무용인들만이 느끼는 기법적인 측면에서 몸을 잘 움직이는 것, 아니면 관객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것이 좋은 춤일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렇지만 몸과 마음, 즉 인간이 살아가게끔 만드는 두 요소에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면 그게 좋은 춤이란 지극히 상식적인 모범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게 예술성과 대중성이란 이름으로 이야기될 수도 있고, 배설과 정화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카타르시스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김보람이 이끄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이러한 경계에서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단체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김보람이 한국무용계가 지닌 엄숙한 아카데미즘을 넘어서 마음과 몸을 움직이는 춤의 본질적 요소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무용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바디 콘서트>가 ‘페스티벌 284 영웅본색’ 행사의 일부로 문화역서울 284에서 펼쳐졌다.(2016.12.3-4) 이 작품은 2010년 크리틱스 초이스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작품으로 2016년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달맞이극장에서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 공연으로도 이루어졌다.(2016.12.15-17)


 김보람의 안무 작품은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역동성이다. 그의 작품은 동작이 크고 그러하니 활력이 있고 그렇지만 절도가 넘친다. 신장을 떠나 모든 무용수들이 같은 움직임으로 역동적 동작으로 일으키니 집단적 동력을 일으키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간다.  
그렇지만 그런 강함은 그로테스크 상황이나 동작으로 블랙코미디 요소를 만들어낸다. 서로를 응시하며 혹은 일렬로 모든 무용수가 같지만 다른 동작을 할 때는 동력은 멈추고 잠시 휴지(休止)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그런 쉼은 이야기를 잇고자 하는 시퀀스로 작용하여 맺고 풀림의 장치로 활용한다.

 또한 <바디 콘서트>는 앵콜까지 포함하여 10개 이야기가 분절되어 있지만 분절된 조각의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게 미세한 기승전결의 구조로 녹아있고, 조각난 퍼즐들이 하나로 응집되어 이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다채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통해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김보람 안무 작품은 대중 지향적이다. 이러한 요소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는 음악이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와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과 같은 바로크음악부터 앰씨 해머, 비욘세 등의 댄스음악 그리고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까지 음악은 혼종되어 나열된다. 익숙한 음악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음악에 맞추어 춤추기 보다는 춤에 맞게 음악을 편성하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짓이 유려하고 아름답다고 느끼게끔 음악은 그들의 춤을 그저 도울 뿐이다.

 춤이 갖는 특징은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말은 꾸밈이 있을 수 있지만 춤은 마음에서 나오는 솔직한 반응 그대로이다. 그래서 <바디 콘서트>는 거짓 없는 본능의 몸짓 그리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객이 하나 되는 무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무용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닌 대중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고 머리로도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시공간으로 <바디 콘서트>는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 옥상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