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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놀이로의 재탄생- 앰비규어스 컴퍼니 〈얼토당토〉


 독특한 창작세계로 평단과 대중의 이목을 끌어온 앰비규어스 컴퍼니의 <얼토당토>가 2017년 새해를 맞아 1월 19일 구리아트홀 유채꽃 소극장에서 있었다. ‘제 3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 G-PAFe 2017’의 일환으로 작년 우수작품으로 뽑혀 재공연된 <얼토당토>는 한국의 전통과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만나 동시대성을 실은 춤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 작품은 판소리, 사물놀이, 굿 등 한국 전통예술을 신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통’으로 재구성 해본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를 발전시켜 놀이 형태의 한국전통예술을 현대사회의 또 다른 놀이로 연결시켰는데,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지녔다고 역설한 요한 호이징어(Johan Huizinga)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개념을 극명하게 보여준 실례였고, 이 점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핵심이었다. 공연명 ‘얼토당토’는 ‘옳도 당토 아니하다’에서 변형된 것으로, 옳지도 마땅하지도 않다는 의미이다. 도무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쓰는 단어로, 지금까지 ‘보도 듣도 못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성격을 잘 반영했다.



 총 6장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뤄진 공연은 시작 전 로비에서 펼쳐진 마당놀이 혹은 굿형태의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김보람 안무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현시점과 맞물려 시기적절한 모습이었고, 가지각색의 탈을 쓴 무용수들의 탈과 한복, 움직임이 전통적 인상을 주었다. 본 공연에 들어서서는 무대에서의 장구 장단에 맞춰 윗몸 일으키기처럼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복근의 힘을 보여준 춘 남현우 안무의 이승희 솔로가 책임의 무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긍정적 시선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후 선명한 색상의 가발을 쓰고 현대적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장경민 안무로 처용무의 무보를 재해석해 궁중정재의 질서정연함과 통일성에서 벗어나 개성을 발산했고, 이은경 안무의 <여(女) 한(恨)없이>에서는 4명의 무용수들이 특이한 의상(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 의상을 입은 남성)을 입고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음악에 코믹하면서도 기교가 담긴 움직임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현대적 여성은 과거의 여성들처럼 한을 속으로 삭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풀어냄을 잘 보여주었다. 필자가 가장 주목했던 작품은 이혜상 안무의 <삼식이>였다. 흰 속옷만 입은 무용수들이 아이들의 고무줄놀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어릴적 추억을 자극시키는 놀이를 통해 동심과 향수,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가볍고 발랄한 춤어휘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김보람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를 여실히 드러낸 나이트 피버는 사물놀이를 컨셉으로 무용수들의 몸을 악기로 삼아 한국 전통의 흥을 현대적으로 적절히 묘사했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들썩거릴 만큼 흥겹고 각 안무가 나름의 정서를 이해해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움직임의 영역을 확대시킨 끼와 창의력이 돋보였고, 6인의 공동안무로 제작되어 장면마다 연결성이 없을 듯도 한데 하나로 완성되는 조화로움이 인상적이었다.




 <얼토당토>는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정확한 경계를 정의하기 힘들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신체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만드는 춤사위와 장단의 놀음은 최고의 흥과 소통을 선사했고, 한국의 전통이 현재 우리의 삶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자각하게 했으며 사라지거나 잊혀져 가는 우리의 뿌리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창조적인 신체언어로 구현해냈다. 이로 인해 장시간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하나 되는 공동체적 놀이현장을 완성한 것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앰비규어스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