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2017.1.20-21)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무용 최종공연 ‘차세대열전 2016!’ 중 하나이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만35세 이하 차세대 예술가가 참여하는 연구 및 창작 아카데미 과정으로 여기서 창작된 작품에 대한 성과를 대중과 소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프로그램이다. 무용의 경우 7작품이 선정되었고,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 김영찬 안무의 은 생명의 근원, 신명의 본질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인간 본연의 원초성을 한국적 정서와 아프리카 민속에 바탕을 두어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작품 바탕 중 하나는 서아프리카 민속춤에서 얻은 모티프이다. 아프리카의 춤은 원시종합예술의 원형을 그대로 드러내는 춤으로 제의성과 놀이가 함께 어우러져 나타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 펄 프리머스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민속춤의 인류학적 연구와 창작이 함께 진행되었고, 동시대 한국의 임성남에게는 아프리카춤을 응용한 여러 모던 발레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이런 아프리카 민속춤의 매력은 신명을 일으키는 그 원형적 의미와 토속적이지만 단순한 표현 방법일텐데 이 작품에서도 뚜렷한 기승전결의 극적 구조를 만들어 엑스타시를 일으키기 보다는 원초적 표현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음악은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음악으로 표현하였고, 긴장과 이완보다는 정적인 움직임에서 출발하여 음조를 서서히 고조시키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움직임은 발디딤이 우선된다. 각 장마다 등장할 때 대열을 지어 나오는 무용수들은 디딤 하나 하나에서 동력을 얻어 모든 움직임의 출발임을 서곡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 작품 모티프의 하나인 ‘땅은 곧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이아가 대지의 여신으로 또 만물의 어머니로 인식되는 것처럼 어머니는 모든 창조의 출발이며 본향이다. 그래서 카오스이지만 이런 발디딤을 통해 신비롭고 신명과 흥을 얻을 수 있는 바탕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완만한 상승구조를 통한 몸짓으로 이어지고, 각각의 이야기는 해소되고 또 다른 담론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자유로운 풀림의 기호 혹은 일상에 대한 매개는 작은 공을 비롯한 몇몇 오브제를 통해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원초적이지만 즉흥적이지 않고 모든 것이 순차적인 계획에 의해 움직여진다. 그러다보니 아프리카 민속춤이나 한국춤의 원형질의 본질인 현장성과 즉흥성, 집단적 신명성 등의 소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관객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고정된 자리에서 제 4의 벽을 통해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반복적인 모습과 음악에 고정화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의 무용수들의 몸짓은 오랜 기간 연구와 연습을 통한 결과로 흠 잡을 데 없지만 내용을 떠나 구조적인 혹은 이 작품이 지시하는 시원(始原)을 보았을 때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한국춤의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이면적으로 스며들어 녹아있고,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접점에서 흥과 신명의 원형(archetype)을 탐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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