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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의 한계를 넘지 못한 진정성 없는 무대 - ‘2014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공연’ 서울발레시어터 〈RAGE〉



 '2014 무용 창작산실 우수작품 공연'으로 서울발레시어터[SBT]의 가 12월 1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였다. 발레의 대중화와 한국 창작발레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SBT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작품을 선보인바 있고, 이번 무대 역시 그러한 의도를 지닌 작품이었다. 특히 이번 작품 는 현재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주제로 세상에 대한 모습들을 풍자하고 이를 무대 위에 형상화시켜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려고 한 것이 안무자의 의도였다.


 폭력과 배신, 공포, 무력함과 포기, 불신 등 세상의 부정적인 부분들을 다루는 가운데서도 살고 싶다는 욕망과 희망의 내용들을 다룬 무대 는 분노, 격분, 욕망, 열망, 사납게 날뛰다, 고함지르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고스란히 무대에서 보여주었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훈련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남녀무용수들로 각양각색의 새로운 움직임을 시도하였지만, 단순하면서도 새롭게 인식되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발레 이미지가 투영되는 것은 아마도 발레의 정형성에 길들여진 무용수들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안무자의 의도보다는 무용수들의 테크닉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힘겹게 이어지는 동작으로 인해 힐링 차원보다는 무용수들과 함께 지치는 느낌이었다. 특히 장면의 연결과 전환 가운데 고전발레에서나 나올듯한 왕자의 전형적인 동작의 출현은 현대성과는 거리가 먼, 모던발레로서의 작품분위기를 저해시키는 요인이었다.




 는 현대성과 테크닉의 결합무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발레의 정형화된 틀로 고착화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안무자가 의도한 힐링과 창조를 통한 새로운 무대를 보여 주기보다는 힘겨웠던 연습의 과정을 무대에서 펼치는 인상이었고, 그래서 마음으로 전해지지 않는 진정성 없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발레와 모던이라는 단어의 결합 자체가 모순성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이 정형화 된 발레무용수들이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출한다는 자체부터 부담스러운 시도가 아니었을까.




 SBT의 는 현대적 감각의 무대로 안무자의 의도와 함께 무용수들의 열정과 노력, 수고가 느껴지는 공연이었으나 발레의 정형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공연의 시종일관 같은 분위기의 비트 강한 음악과 반복되는 움직임은 다소 지루했고, 움직임의 강약 조절의 부족과 발레가 포즈의 미학이라는 점을 벗어나지 못한 점 등은 이번 공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와 힐링의 공연으로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대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