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환상적인 판타지발레로 이름을 알린 <인어공주>가 2월 11~12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있었다. 2001년 김선희 교수가 완성도를 더한 전막발레로 제작한 이후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안데르센의 동화를 배경으로 클래식 발레의 기법을 사용해 우리만의 창작발레를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새 봄을 알리 듯 싱그럽고 힘찬 무대에서의 신체 이미지와 인어공주 역의 이수빈, 심현희 그리고 왕자 & 마법문어 역의 이상민, 이선우 이밖에도 30여명의 국제발레콩쿠르 우승자들이 만들어내는 공연은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하며 일루젼을 구현해냈다. 규모 면에서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재교육원을 포함해 50여명의 무용수들을 아우르며 기량을 과시한 점이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에 뒤지지 않는 잠재력으로 앞으로도 수많은 스타들을 탄생시킬 보고(寶庫)역할을 톡톡히 했다. 필자는 12일 심현희와 이선우의 공연을 관람했다. 동화를 기반으로 눈높이를 맞춘 바, 다소 가볍고 애절한 느낌은 덜했지만 숙련된 무대임에는 틀림없었다.
1, 2막으로 구성된 무대는 전체적으로 인어공주의 스토리라인을 따랐고 1막 초반 바다 속 장면은 특히나 화려함을 자랑했으나 전체 세트나 의상의 화려함이 과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는 시선을 분산시켜 절제미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축제날 다양한 바다 속 생물묘사(꽃게, 새우, 거북이, 불가사리 등등)나 용왕의 등장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대중적이었다. 더불어 빈 상자 속에서 마술로 등장한 큐피트 역의 남자 어린아이(이강원)는 그 기량이 출중해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었고 물거품으로 변할 줄 알면서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예쁜 두 다리를 얻는 부분은 드라마틱하게 연출되었다. 2막에서는 서정적인 음악에 인어공주(심현희)와 왕자(이선우)의 아름다운 듀엣이 돋보였고 마술상자 안에서 마법문어가 인어공주로 변환되는 설정은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법인어 역의 발레리나(이은혜)는 강렬함은 잘 표현했으나 둔탁한 측면이 보였다. 이를 보완한다면 그 파워풀한 매력이 앞으로 눈길을 끌 것이다.
2막 궁정장면에서의 무대미술과 의상은 1장과 비교해 적절했고 왕자와 인어공주의 기량은 출중했던 반면에 좀 더 섬세함이 요구되었다. 불빛으로 벽에 가로막힌 듯 절규하는 인어공주의 연출은 극중 창작발레의 느낌을 살렸고, 각 장면마다 왕자와 공주의 듀엣 부분은 서로의 호흡을 맞춰 완급을 조절하며 조화를 이뤘다. 더불어 인어공주 역의 심현희는 가냘픈 팔다리와 아름다운 라인, 유연한 동작들의 연결이 후반부에 빛을 발했다.
국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수정과 개선작업을 거듭하며 재공연을 이어간 김선희 발레단의 무대는 또 다른 창작발레를 꿈꾸는 안무가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뛰어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고 학교라는 기반이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긴 하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내는 안무자의 능력과 열정, 귀족적 근원을 가진 발레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배려, 클래식 발레의 탄탄한 기본기가 더해진다면 가능한 작업임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는 앞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창작발레의 미래를 점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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