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은 궁중정재와 민속춤 등이 큰 맥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런데 궁중정재는 문헌을 통해 무보로 기록되어 왔지만 민속춤은 민간에서 내려온 것이다 보니 구전심수의 성격이 강하다. 지금 전해지며 무대화된 ‘승무’나 ‘살풀이춤’, ‘태평무’ 등도 모두 이러한 형식에 의한 것이고, 한성준에 의해 무대공연예술로 집대성된 이후 변용을 거치며 지금의 형태로 정착되었다.
이런 가운데 전통춤은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이후 보편성을 띠게 되었다. 그렇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이러한 민속춤들은 전승과 원형을 강조하며 정형화되었고, 한국춤의 특징인 즉흥적 신명성이나 자율성이 배제되어 획일화된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점은 문화재로 지정된 인물들이 서서히 타계하면서 여러 고민이 분출되었고, 춤의 형식적 측면을 잘 전승할 것인가 아니면 춤꾼의 정신을 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충돌하여 전통춤의 문화재 지정 존폐까지 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수요춤전 중견안무가전 Ⅰ <백경우의 춤, 외씨 버선발로 고이 딛고 서서>(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2017.3.)는 갈림길에 선 한국 전통춤 전승 체계의 방향성과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마당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번 무대는 백경우의 ‘승무’, ‘살풀이춤’ 그리고 ‘승천무’와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춤꾼들의 ‘입춤’, ‘장구춤’, ‘태평무’로 무대를 수놓았다. 아무래도 논의의 대상은 백경우가 춘 세 개의 춤에 집중될 수 있고, 이 춤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보다는 백경우 춤세계를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며 풀어놓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백경우의 춤은 전통에 기반 하지만 변용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 백경우는 이매방 문하에서 춤을 배우고 전승한 춤꾼이다. 이매방 춤의 특징인 대삼소삼에서 나오는 유동적 유려미가 DNA로 흐르고 있고, 내유외강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지만 그의 무대는 무언가 정형화된 전통무대와는 차이를 둔다. 예를 들어 대금, 아쟁, 징과 구음, 장구로 구성된 ‘살풀이춤’의 악기 구성에서 네 명의 악사를 네 귀에 배치하여 전통무대의 조형적 공간미를 달리하였고, ‘승무’에서도 북가락에서 대금 반주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감각을 전달해준다. 이러한 부분은 기법에서 원형을 그대로 수용하고 무대 구성에서 변용을 두어 ‘낯설게 하기’를 통한 무대공연예술로 전통춤의 새로운 발견이다.
또한 그의 춤은 개성이 있다. 전통춤에서 개성은 무엇일까? 전통춤을 집성한 선각자들의 춤은 전통적 형식에 ○○○류라 칭해지며 원형과 전형의 만남 속에서 새로운 춤을 탄생시켰다. 같은 살풀이춤이라도 같은 태평무라도 구분지어지는 것도 집성한 인물의 개성에 따라 나뉜 결과이다. 그럼에도 이후 전승 과정에서는 획일화되어 몰개성 되었다. 물론 문화재 이수, 전수라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원형 그대로 전승을 강조한 결과이지만 춤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닌 춤꾼에 춤을 융화시키는 것이 옳은 전승이란 측면에서 한 번은 고민해 볼 문제이다. 이매방이 ‘나 죽으면 내 춤은 내가 가져간다’(『이매방 평전』, 267쪽)는 말은 기법의 답습에 그치지 말고 춤정신을 이어가라는 곱씹을 화두로 기억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백경우의 춤은 원형적 요소를 토대로 하면서도 개성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전형성을 함께 지닌다. ‘승무’에서는 본질적 무게감보다는 ‘승무’가 가지는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을 살려 극적 요소를 강조하였고, ‘살풀이춤’에서도 긴장과 이완을 통해 살풀이에 대한 텍스트의 해석이 배가 되고 있다. 특히 ‘승천무’에서는 그만의 독특한 아우라가 존재한다. 씻김과 함께 후반에 보인 해소의 마당은 작은 굿판인 듯 관객도 그의 춤에 동화되게 만들었다. 그가 취한 박수무당의 경우, 신과 현실을 잇는 중간자적 인물이다 보니 그 경계에서 접신이 이루어지는데, 백경우는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인 이중적 교태미를 그대로 드러낸다. 게다가 순간적 엑스타시를 통해 관객에게는 경외와 카타르시스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경우의 전통춤은 문화전통의 주체성과 보편성, 대중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 춤꾼과 구별 짓는 매력이 있다. 이런 형태가 자의반타의반 그의 색깔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고여 있지 않고, 한국 전통춤의 진보를 위해서는 모두가 지켜보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현실적으로 경외와 찬탄 그리고 반목의 대상으로 주목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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