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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발레와 스페인 정취의 앙상블 -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근간으로 발레의 환상성을 더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Don Quixote)>가 4월5일~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매진행진을 펼치며 화려하게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국립단체들의 공연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설단체로서 33년의 역사를 이어온 유니버설발레단의 저력과 주연과 조연을 가릴 것 없는 기량이 돋보인 이번 무대는 그 존재이유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필자는 4팀의 캐스팅으로 이뤄진 공연에서 키트리 역(황혜민, 홍향기, 강미선, 김나은)과 바질역(간토지 오콤비안바, 이동탁,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강민우)의 캐스팅 중 마지막 날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공연을 관람했다.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전에 알렉산더 고르스키가 재안무한 버전을 현재 주요 발레단이 택하고 있는데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이 버전에 1997년 당시 예술 감독이던 올레그 그라도프의 개정 안무를 더했다. 따라서 세 인물의 대중성, 다양함, 개성과 유머가 고루 담겨있었다. 국내 팬들에게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처럼 익숙하지는 않지만 <돈키호테>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돈키호테의 무용담, 밝고 유쾌한 스토리 전개가 지루함 없이 공연을 즐기는 주요 원인이다.


 3막 7장의 공연 중 첫 시작은 웅장한 음악과 무대장치, 마임적 부분이 가미된 돈키호테의 서재 장면으로 산초 판자와 돈키호테의 모험의 서막이었다. 2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 장면에서는 바질과 키트리의 만남, 부자 귀족 가마슈와의 억지결혼 요구,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한 돈키호테의 질투, 마을 사람들의 등장과 두 사랑하는 남녀의 도피가 줄거리를 이룬다. 이곳에서 스페인 광장의 화려함과 강미선의 안정적인 연기, 노보셀로프의 수려한 외모가 눈길을 끌었고 스페인의 정열과 활기가 느껴지는 무대였다. 또한 어리숙한 귀족 가마쉬의 우스꽝스러운 연기도 재미를 더하는 부분이었다. 부채와 탬버린을 사용한 빠른 박자의 군무, 남성미가 두드러진 투우사들의 춤, 투우 장면의 남녀의 뛰어난 기량 등이 스페인의 특성을 잘 표현했고, 특별히 망토를 돌리는 에스파다 역의 데니스 자이네티노프의 유연한 춤이 힘을 더했다. 더불어 키트리의 두 친구들이 부채를 들고 추는 춤에서 서헤원의 앳되면서도 탄탄한 기량과 강미선과 노보셀로프의 탄력 있고 정확한 기본기와 화려한 기교가 앙상블을 이뤘다.

 2막 1장에서는 야영지에서 춤추는 집시들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춤이 풍차가 돌아가는 무대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사실적인 연기로 분위기를 살렸다. 2장 돈키호테의 꿈속 장면은 요정의 나라에 다다른 돈키호테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배경과 그림 같은 군무진들 속에서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하는 모습까지 이어진다. 군무진들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백조의 호수처럼 발레의 환상성을 더했는데 파스텔톤의 요정들과 큐피드의 가늘고 긴 신체에서의 날아갈 듯 가벼운 움직임, 강미선의 정확하고 하체의 힘이 돋보이는 솔로가 매력적이었다. 3장에서 다시 집시의 야영지 장면은 극적전개를 위한 연결고리였다.


 3막은 대단원의 장으로, 1장 선술집에서의 다양한 디베르티스망이 눈을 즐겁게 했고 스토리전개를 위한 주인공들의 연기가 주를 이뤘으며 역시나 2장 결혼식 장면에서 에스파다와 메르세데스의 매혹적인 춤, 스페인의 민속춤 판당고, 주인공의 파드두가 대미를 장식했다. 깔끔하고 선명한 춤들의 향연과 마무리가 훌륭했고 바질과 키트리 역의 높은 도약력과 회전이 돋보였으며 강미선의 솔로가 잠시 불안한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곧 후반부 파드두와 솔로를 잘 소화함으로서 이를 만회했다.

 이번 <돈키호테>공연은 희극발레의 장점인 유머와 재치가 가득 했고 프티파로 대표되는 고전발레의 매력과 스페인의 정취, 정열, 화려함이 잘 구현되었으며 황혜민과 엄재용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신진들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무대였다. 또한 강미선, 노보셀로프 부부의 안정된 앙상블과 역할마다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강미선 그리고 노보셀로프의 뛰어난 신체조건과 깔끔하고 세련된 춤의 재발견의 시간이었다. 전반적으로 춤적인 부분에서도 스페인의 플라멩코, 세기디아, 판당고, 투우사의 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었고 고전발레의 고난도 테크닉인 연속점프와 32바퀴 훼떼, 무용수 개개인의 기량을 살릴 수 있는 여러 테크닉들이 관객들에게 발레를 보는 재미를 제공했다. 앞으로도 <돈키호테>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유니버설발레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