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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전통과 전형성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의식 - 제 17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서울교방 즉흥춤판 ‘놀 자’ 프로젝트〉


 예술에서 즉흥이란 순간적으로 그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러 행위들을 말할 수 있다. 이는 지금 이 순간 여기, 관객과 행위자의 상태나 소통 구조에 따라 발생하고 이것이 의미를 달리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형태 중 하나로 ‘해프닝’을 들 수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성행했던 이러한 행위예술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 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변혁을 일으켜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무대공연예술의 경우는 모든 행위 자체가 즉흥성을 내포하고 있다. 춤도 마찬가지로 무용수가 기계가 아닌 이상 그날의 감정과 공연 분위기에 따라 그 느낌은 달라지며 집단적 신명성을 통해 춤꾼과 관객은 또 다른 의미를 창출해 낸다. 게다가 우리의 전통춤은 민속에서 연원을 두는 춤들이 많기에 만들어지는 그 순간부터 즉흥적 요소는 자연스럽게 배태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제17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에서는 많은 공연이 이루어졌지만 한국무용으로는 서울교방이 유일하게 참여하여 관객에게 또 다른 소통구조를 만들어냈다.(<서울교방 즉흥춤판 ‘놀 자’ 프로젝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17.4.22.) 이 공연에서 펼쳐진 레퍼토리는 ‘민살풀이춤’(김경란), ‘판소리 즉흥’(김지영, 강선미), ‘헤이 장고!’(성윤선 외), ‘Kpop바라믹싱’(설향무용단), ‘재담소고’(김경란), ‘소고북춤릴레이’(설향무용단)였는데 서울교방이 지니는 다양성과 실험성이 함께 공유된 무대로 조망할 수 있다.

 ‘민살풀이춤’은 맨손으로 추는 살풀이춤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춤이다. 살풀이춤의 연원은 굿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 살풀이춤은 교방으로 들어오면서 공간에 맞게 즉흥적 요소가 가미되어 일반화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조갑녀가 춘 민살풀이춤을 전승하여 무대화하여 보여주었다. 민살풀이춤은 화문석 안에서 동작이 이루어지다보니 그리 동작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손동작이 세밀하고 그 찰나의 느낌을 표현하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날은 김경란 춤꾼의 진중한 내공이 더해져 그 의미는 배가 되었다.

 성윤선 안무의 <헤이! 장고>는 장고춤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풀어내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 흥겨운 무대다. 먼저 4명의 무용수가 나와 장고를 하나하나 해체하면서 조임줄로 줄넘기를 하고, 북면을 가지고 부채춤을 차용한 춤을 추어보이며 치기를 보인다. 그러다가 성윤선의 인생이 스며들어있는 랩이 곁들여지며 신명을 불러 모은다. 이미 정읍 농악, 설장구춤에서 매력적인 장구잡이로 정평이 있는 그녀의 반전 무대는 구태의연한 해석이 아닌 전통춤의 현대적 변용에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수용할 수 있다.   
이어 바라와 빨간색의 강렬한 의상 그리고 싸이의 <젠틀맨>과 비의 <라 송>이 함께 버무려진 설향무용단의 무대는 바라의 투박한 음색과 일렉트로닉 믹스가 오묘한 조화를 만들어내며 관객의 흥을 불러일으켰다.

 ‘재담소고’는 안채봉 소고춤을 김경란의 해석에 의해 새롭게 구성한 춤이다. 재담(才談)이란 일정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공연물을 통칭하여 말한다. 웃음은 철저하게 즉흥적 소통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안채봉 소고춤의 특징은 수건을 들고 춤을 추다, 이 수건을 허리에 묶고 신명난 소고춤으로 이어지고 이른바 병신춤을 추어 웃음을 자아내는데 있다. 이 무대에서는 안채봉 소고춤이 지니는 잔재미보다는 웃음을 자아낼 찰나에 관객을 몰입시킨 스토리텔링이었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웃음과 작품 몰입을 쉽게 가지고 왔다.

 그동안 서울교방은 전통춤의 전승과 춤 수련 네트워크로 한국무용계에 새로운 의식을 심어주었다. 특히 이들은 전통춤에서 다른 집단이 넘볼 수 없는 조직력과 함께 류파의 종적구조가 아닌 개개인의 개성에 맞게 무대화를 만들어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래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춤들이 정형화되어 감에 반해 이들이 전승하는 여러 춤들은 기본에 바탕을 두지만 춤꾼들의 개성에 맞는 춤을 선보임으로 무대기획자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집단으로 자리를 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서울교방이 가장 선호하는 춤인 진주교방굿거리춤도 춤꾼들마다 그 색깔이 다른데 이도 춤꾼의 성격과 그에 맞는 작품 구성에 의해 만들어낸 즉흥성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여러 실험은 전통춤의 전승과 별개로 전통춤의 현대적 수용과 대중성의 확산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미 몇몇 춤들은 서울교방의 여러 공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무대공연예술로 전통춤의 진보적인 변혁을 통해 또 다른 만들어진 전통을 이룬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닐 것이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옥상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