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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춤의 역사를 그린 듯한 무대 - SAC아트홀 개관축하공연 〈언리미티드 우먼_ 충돌의 에너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eoul Arts College)의 아트홀 개관축하공연으로 준비된 <언리미티드 우먼_충돌의 에너지>가 4월 22일~23일 SAC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윤경, 이나현, 한류리, 박은영, 최수진 등 5명의 여성무용가들이 삶 속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몸으로 쏟아낸 안무작이 무대에서 선보였다.


 박은영의 <이 남자를 보라>는 2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바흐의 곡들이 13세 소년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수십 개의 의자가 무대에 나열되어 있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무용수는 첼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작품이 전개된다. 의자 사이를 지나가는 무용수의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었고, 무음(無音) 속에서 무용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이 전달되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작품에 대한 몰입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최수진의 <낯선, 자(自)>는 조형 예술가 민융의 작품 <낯선, 자(自)>에서 느낀 자신의 심연 속의 자아를 표현한 작품이다. 자아와 타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2인무로 전개하였지만 주제의 난해함 때문인지 안무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한류리의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였다. 선인장과 두 개의 의자를 소품으로 이용한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무용수의 섬세함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여 지는 것과 내면을 표현한 얼굴 표정이었다. 그러나 작품 중반에 접어들면서 무음(無音)의 부분은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였고, 이것은 이내 동작의 어색함으로까지 다가와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나현의 <시선의 온도_결혼>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남녀의 관계를 주제로 하였다. 무대 바닥에 분홍색 테이프로 공간을 제한해 놓고 제한된 공간 내에서 남녀무용수가 움직인다. 남자에게 조정당하는, 움직여지는 여자의 몸짓은 한마디로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검정색과 흰색의 의상은 대립과 충돌의 분위기로, 난해한 소리는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면서 결혼의 난해함의 의미를 전달한 듯 보인다. 결국 마지막 장면은 분홍색 테이프의 이동으로 남녀는 서로 다른 공간에 위치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주제를 공간과 의상, 소리와 움직임의 소재로 새롭게 구상한 작품이었다.


 이윤경의 <춤고백 2017>은 춤을 통해 행복으로 향하는 순수의 길을 그린 작품으로 ‘삶이 곧 춤이다’라는 안무자의 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의 장단과 타악기, 한국적 춤사위와 호흡, 포즈(pose)의 미학을 보여주는 움직임, 어려운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움을 덧입은 동작 연결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무용수로, 안무자로서 관객에게 각인되는 시간이었고, 연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 무대였다.

 이번 무대는 작품의 색깔이 서로 다르게 표현된 작품들이 전개되면서 마치 현대춤의 역사를 나열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안무자의 움직임에서 한국 현대춤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시간이어서 감명 깊었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사진_ 안무자 박은영, 최수진, 한류리, 이나현, 이윤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