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컨템포러리 발레로 그려낸- 유니버설발레단 〈디스 이즈 모던(This is Mo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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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6월8~10일까지 있었다. 제7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개막작으로 펼쳐진 이번 무대는 동일한 타이틀로 기존에 몇 번 공연되었지만 새롭게 레이몬도 레백의 신작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컨템포러리 발레를 대표하는 이리 킬리언, 오하드 나하린의 무대를 보는 재미에 덧붙여 독일 출신 중견 안무가가 유니버설발레단을 위해 안무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컸다.
공연 전에는 관객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오혜승 발레리나가 클레식 발레와 현대발레의 차이점을 시연했고, 공연의 첫 시작은 이리 킬리안의 대표작 <프티 모르(Petite Mort)>였다. 작은 죽음을 의미하는 제목과 달리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배경으로 펜싱 검처럼 생긴 검을 사용해 정교하면서도 남성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남성들의 군무, 바퀴를 달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드레스 모형을 활용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여성들의 춤이 어우러져 어둡지 않게 죽음을 다뤘다. 무용수들은 이후 탑과 서포트만 입고 신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며 일사불란하게 때로는 자유롭게 춤추며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도 관찰가능하게 했고, 관능미와 청순미의 공존을 여실히 드러냈다. 무용수들의 훈련된 신체는 마치 조각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그들의 환상적인 춤에 관객들은 동요했다.
레이몬도 레백의 <화이트 슬립(White Sleep)>은 안무가 레이몬도 레백이 독일의 중견안무가임에도 우리에게는 낯설기에 그 스타일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는데,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시각장애인들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1년간 리서치 연구를 했다는 것 자체도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잃어버린다는 것과 인간이 나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망각의 현상(치매)을 화이트 슬립으로 표현한 그의 의도는 다각도의 생각을 끌어냈다. 전반적으로 주제나 움직임 어휘가 추상적이면서도 슬픔이 느껴지는 차분한 무대를 완성해냈다. 시작에 있어서 강미선이 영상을 통해 아름답고도 서글픈 움직임을 보이고, 검은색을 입은 군무진들이 흰 옷을 입은 강미선을 중심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때 흑백의 대조를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강미선은 테크닉적인 부분도 우수하지만 그 표현력에 있어서 십분 능력을 발휘했다. 다소 복잡함 없이 깨끗하게 반복되는 움직임 구조가 긴장감을 감소시키는 경향도 있었지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기억에 대한 회한이 아닐까 싶다.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은 인터미션 때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이전 공연에서도 봤던 작품이지만 또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기존 나하린의 작품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해석했기 때문일텐데, <아나파자>, <마불>, <차차차>의 세 섹션이 조합을 이뤄 완결성을 더했다. 흥겨우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음악, 중절모와 의자의 활용, 질서정연하면서도 때로는 격렬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조화는 안무가의 색깔이 선명하면서도 레백의 작품과는 구분되는 지점이었다. 나하린의 활력과 레벡의 차분함이 대비되며 오히려 각각의 색깔을 더 명확히 하지 않았나 싶다. 반원형으로 의자에 앉은 남녀무용수들은 반복되는 동작구로 이미지를 강조하였고 더불어 관객들을 무대로 이끌어 하나의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완성해내는 모습은 그때그때 관객층에 따라 상황변화가 가능하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현시대를 대표하는 컨템포러리 발레는 스토리텔링이나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기에 난해하고 쉽게 향유하기 어렵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은 음악이 보이고 춤이 들린다는 모토처럼 생생한 전개와 신체의 정교하고 뛰어난 움직임 어휘를 통해 그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어필이 가능한 무대였다. 또한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스토리 없이도 몸으로 전해지는 감정의 교류와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비록 한국 안무가들의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의 무용수들이 이를 소화하고 신체로 그려나가는 과정도 한국적 수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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