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컴퍼니 무이의 대표로 있는 현대무용가 김성용의 작품 가 7월 20~2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있었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무게감 있는 주제와 진지한 통찰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김성용이 폭력을 주제로 만든 일련의 작품들 중 네 번째 작품으로, 이를 통해 현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폭력과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왔기에 그 연장선상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의 이상을 이용한 심리적인 폭력을 다룬 이야기는 폭력이 가해지기 직전까지의 심리적 상황을 단계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유‧무형의 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구체적 폭력을 인식하기까지 피해자가 느끼는 심리적 공포감을 다양한 미장센과 일곱 명의 남녀무용수들(박은영, 남숙현, 이연진, 황현정, 도효현, 이희권, 송우빈)의 움직임 어휘로 대변했다. 일상성을 담은 테이블, 형광등, 비닐봉지, 미러볼 등과 무대 중앙에 위치한 파예즈 바라캇(Payez Barakat)의 추상화는 거친 움직임이나 푸른빛과 더불어 서늘하고 섬뜩한 폭력의 분위기를 조장하고 상징하는 도구였다.
공연의 시작은 손전등을 든 여인과 맨손의 여인이 소리를 지르며 쫓고 쫓기는 가운데 어두운 공간 속에서의 외침소리와 작은 불빛만이 실제로 폭력의 전조를 담고 있었다. 더불어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행위는 더욱 이를 강화했고 세명의 여인이 테이블 주위를 돌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감도는 에너지, 5명의 무용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보여주는 행위들은 의미를 모호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소음처럼 들리는 음향과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자아, 테크닉적이지 않은 거친 움직임들, 무대 중앙에 걸려있는 그림 속의 혼돈 등은 주제를 살려주는 장점이었던 반면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전개, 유사한 춤어휘의 반복, 클라이막스의 부재, 주제에 부합하는 키워드와 상황을 상징과 은유의 몸짓언어로 풀어내는데서 오는 괴리감 등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능숙하게 춤추는 여성무용수들의 역할이 도드라졌고, 특히 아름다운 발끝을 자랑하는 박은영의 가녀리면서도 아름다운 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평범한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무용수들의 모습에서 폭력이란 일상 속 어디에나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듯 했다. 중반 이후 상의를 벗어 목에 감싸고 탑만 입고 테이블 위에 누운 여인과 그녀를 둘러싼 다른 무용수들의 개별행위들, 후반부 꼬마전구를 연결해 트리장식처럼 전신에 휘감은 여인이 길게 꼬리를 남기며 거울로 자신을 비추는 장면 등은 폭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해지는 폭력의 단계에서 폭력이 구체적으로 가해지기 이전에 느끼는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는 전환기였다.
현실 속에서 구체적이지 않기에 더욱 공포심을 증폭시키는 폭력의 전조는 무대 위에서 다각도로 표현되었고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암호를 풀어내듯 진지하게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던 관객들은 다소의 피로감을 느꼈으나 자신도 모르게 그 전조를 몸으로 전달받으며 동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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