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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동문단체의 시간여행 - 발레블랑 공연 〈The Way of Blanc, 시간(時間)〉

 발레블랑(Ballet Blanc) 공연이 8월 18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시간, 時間>이라는 주제로 발레블랑의 37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3년 후 맞이하게 되는 40주년을 준비하는 무대였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여행을 선사하듯 고(故) 홍정희 선생의 <교류(交流)>를 시작으로 이고은의 <아케이드 프로젝트Ⅱ>와 이지연의 <구름 속에서> 등 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첫 번째 무대는 1982년 초연된 고(故) 홍정희 선생의 <교류(交流)>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발레를 접목시킨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적 색상과 이미지에 따라 발레의 다양한 기교를 비롯하여 우아한 동작들을 접목시킨 이 작품은 감미롭고 생동적인 움직임으로 새로운 변주를 표출, 음악이 주는 감흥을 시각화로 이루어낸 것이 원 안무자의 의도이자 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원작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재안무의 작품으로 올려 졌는데, 원작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고 무용수들이 작품을 위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두 번째 무대는 인간관계의 고찰을 통해 본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주제로 한 이고은의 <아케이드 프로젝트Ⅱ> 이다. 초연 작품을 재구성하여 무대에 올린 이번 무대는 지나간 현대무용을 보여주는 것 같아 과거로의 시간여행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움직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남았다.


 세 번째 무대는 구름이 드리워진 삶의 순간과 자아 인식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삶을 주제로 한 이지연의 <구름 속에서>이다. 삶을 주제로 한 이번 무대는 다소 무거운 삶과 희망에 대한 주제였으나 이에 상응하는 구성을 찾아볼 수 없었고,  특히 작품 중반에서의 지루함은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유일한 동문단체로 현존하고 있는 발레블랑의 이번 공연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하는 공연의 취지는 좋았으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만을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움을 남긴 무대였다.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창작활동, 실험적인 작업들을 시도한다는 차원으로 결성된 발레블랑의 창단 취지를 되새기며 한층 발전해 나아가는 발레블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사진_ 발레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