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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와 도전을 위한 발레 작품을 기대하며 - ‘KNB MOVEMENT SERIES 3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한국 발레는 근대 이후 고전발레와 모던발레가 동시대에 수용되었다. 선각자들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여러 각도에서 실험을 거듭하였다. 이는 고전 이후 모던이라는 순차적 흐름이 아닌 전근대와 근대문화가 함께 수용된 현실적 문제에서 비롯되었지만 미약하지만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논거가 되었다. 국립발레단의 역사도 고전발레와 모던발레가 병행되었고, 창작발레의 경우 여러 안무가에 의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며 다양성을 더해왔다.


 몇 해 시리즈로 이어진 국립발레단의 시도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올해도 ‘KNB MOVEMENT SERIES 3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2017.8.12.-13)라는 이름으로 국립발레단 소속 네 명의 안무 무대가 무료로 펼쳐졌다. 이 무대는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안무가를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획일 것이다. 이영철 안무의 <미운오리새끼>는 미운오리새끼가 백조가 되어 아름다움을 뽐낸 그 다음의 이야기다. 그래서 카미유 생상스의 ‘빈사의 백조’ 허밍으로 시작하여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고, 그 백조가 힘에 겨워 생을 정리하는 이야기까지를 담아내려 한다. 그래서 화양연화가 인생의 정점이지만 그것이 인생의 내리막임을 빠드되와 군무로 정갈하게 표현하였고, 빈사의 백조처럼 그 내려옴의 순간이 역설적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임을 묘사하고 있다.


 배민순 안무 는 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의 을 발레로 해석한 2인무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 가사 구절이다. 사회 속에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큰 무리 없이 표현하고 군더더기 없이 음악에 실어 관객과 소통하려 하였다.


 송정빈 안무 <잔향>은 남녀가 헤어진 이후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의 <3055>가 잔잔하면서도 심장을 서서히 움직이는 흐름이 헤어짐 이후의 감정을 교차하며 그대로 2인무를 통해 표현된다. 남녀 무용수는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동작 혹은 서로의 움직임을 교감하면서 안무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낸다.


 박나리 안무 는 지금 살고 있는 내가 혹은 우리 사회가 진실인지를 묘사한 작품이다. 모차르트에서 요한 요한슨(Jóhann Jóhannsson) 음악까지 그 음악에 흐르는 일상적 시대성처럼 그 사회나 개인이 느끼는 감각이 존재의식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번 무대는 전체적으로 도전이나 실험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안무 표현에서 그리 큰 흠 잡을데 없고, 대중에게도 안정적으로 다가왔다. 이는 일상의 이야기 혹은 개인의 이야기의 주제 선택에서 출발한 듯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너무 보편성 혹은 미시담론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앞선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나 나이에 걸맞은 주제를 담는 것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바탕이고 보편적 정서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야기나 총체성을 지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도 안무가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발레의 속성상 고전발레가 토대가 되겠지만 그걸 안티테제로 동시대 사회적 리얼리티를 담아내고 개성이 드러날 때 새로운 창작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기법에서만 고전에 충실한 것이 아닌 조금은 거칠더라도 치기 어린 도전이 이번 무대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국립발레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