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대중들과 예술로서 교류하며 예술향유의 기회와 대중화를 도모하는 뜻깊은 행사가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8월 8~ 12일까지 몸짓극장, 담작은 도서관 일원에서 열린 ‘춘천아트페스티벌’은 2002년 춘천무용제에서 비롯해 이후 무용공연 외에도 음악, 영화감상,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무용분야는 장승헌의 기획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그 취지와 역할을 다하며 지역 무용계에서 기여도가 높았고 아트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이 의미하듯 무용 장르 이외에도 타분야와의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필자의 눈으로 본 이 행사는 다양한 관객층과 관객들의 진지한 관람자세 등으로 미뤄보아 그동안 지역예술의 활성화에 대한 노력의 순간을 담고 있었다.
8월 8일 공연은 현대무용의 최전선, 즉 컨템포러리댄스의 현장이었다. 무용계에서 나름 신예로 혹은 인지도를 갖추고 활약하고 있는 무용가들의 진지함이 엿보였고, 첫무대를 장식한 모든 컴퍼니(김모든 안무)의 <자메뷰 JAMAIS VU>는 아직은 숙련도나 노련함보다는 풋풋하고 진솔한 모습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무용수였다. 그의 솔로는 현대무용 작품으로서 실재와 비실재가 마주하는 사실 속에 촉발되는 내면적 갈등을 신체 언어로 형상화하고자 했다. ‘산 자’와 ‘죽은 자’간에 사실 관계와 감정 관계가 얽히면서 생겨나는 실재의 허무와 유한한 시간의 편린들을 움직임으로 연출했는데 향피우기, 제사상 등의 이미지는 그 의도에 있어서 적절했으나 한국적 감성을 담는 시도와 그에 따른 경건하고 허무함이 깃든 몸짓들이 현재 그러한 소재가 빈번했기에 신선하지만은 않았다.
모헤르 댄스 프로젝트의 <참긴말 Ver.4>은 연인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감성을 표현했는데,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서연수의 춤과 탄탄한 기본기와 춤의 깊이가 담긴 춤사위를 선보인 최진욱의 조화가 가슴 속 깊이 묻어둔 말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참긴말의 의미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애증의 관계를 신체의 언어로 그려냄에 있어서 오브제의 도움 없이 남녀의 조화만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연히 드러냈다. 전통 춤사위만이 아니라 현대적 변용을 바탕으로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전통한국무용만을 보아온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한국무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고블린 파티가 보여준 <옛날옛적에>는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와 상황에 맞게 다소 길이나 구성이 변형된 형태를 지니는데,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우리의 전통적인 소리와 현대무용의 춤어휘가 해체와 조합을 통해 또 다른 담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소리와 춤을 소화하며 여성무용수로서 아우라를 뿜어내는 이경구를 비롯해 임진호, 지경민이 보여주는 해학과 우리의 전통악기와 도구를 활용하며 재해석한 시도는 그 가능성과 훌륭한 선례로서 관객들이 가장 호응하는 시공을 완성해냈다.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무게감은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군무처럼 척척 맞는 호흡으로 가장 안정된 인상을 주었다.
모든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기획과 기술 스텝들의 재능기부로 16회를 이어온 것도 대단했고, 무료공연으로 관객층을 확대한 것도 좋았다.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대중성만을 추구하다보면 한계가 지적되기 마련인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우수한 작품을 선별해 눈높이를 한층 높여준 ‘춘천아트페스티벌’은 해외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지역과 나아가 국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컨텐츠가 되는 만큼 앞으로 하나의 우수사례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더불어 음주가무를 즐기며 예술을 사랑했던 우리들에게 순수하게 우리의 대동의 의미가 담긴 페스티벌이 그 의미를 더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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