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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감흥과 미흡함이 공존한 무대- 신현지 B Project 〈HUMAN〉


 10월 28일~29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신현지 B Project의 이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탄생과 본성, 관계, 죽음이라는 네 파트로 구성되어 인간 본연의 모습과 인간성 상실, 정보화 시대에서 인간의 본성과 몸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전개되었다. 안무가 신현지는 작품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몸으로 발레를 그려내어 정교하고 우아한 움직임의 장면을 나열했으며, 중력을 거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러한 안무자의 의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무대의 첫 장면은 여자무용수의 출현을 통해서 아름다운 신체를 신비롭게 바라보게 하였고, 이어지는 장면은 신체라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화려한 발레 움직임이 펼쳐졌다. 이에 발레와 인간의 신체가 만났을 때 비로소 우아함의 극치를 이룬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남녀 무용수의 2인무에서는 인간 신체의 화려함을 뿜어내는 동작들이 연결되었고 마지막 장면은 마치 한자(漢子)의 사람 인(人)을 그려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2인무에서 무용수의 무표정과 경직된 목 부위가 부자연스럽게 보여 지면서 미적 감흥은 이내 단절되는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함을 안겨준 남녀 2인무에서 이어지는 남녀 개인의 움직임은 다소 어설퍼 보이는 동작 진행으로 전반에 받은 감흥을 반감시켰다. 그리고 연속된 남자군무 장면은 전반의 움직임과는 대조되는 역동적 분위기를 보여주었으나 역동성을 충분히 발휘할 만한 테크닉이 부족했고 동작의 연결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역동적인 남자 군무보다는 음악에 주의가 집중되었고 군무의 특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쉬움도 잠시 후반부의 남녀 3인무의 미적인 구성과 움직임 연결은 이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특별히 3인무에서 2인의 여자 무용수는 마치 데칼코마니를 연상하게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번 공연은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삶을 다룬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었으나 인간의 신체에 초점을 맞추어 아름다운 신체와 발레의 움직임을 통해서 관객에게 예술적 감흥을 준 무대였다. 신체와 발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무대였으나 작품 중반 부분의 미흡함이 아쉬움으로 남는 무대였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사진_ ⓒBAK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