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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무용극으로 정동극장의 레퍼토리 - 정동극장의 〈련, 다시 피는 꽃〉


 <련蓮, 다시 피는 꽃>(정동극장, 2017.4.6.-10.29)이 막을 내렸다. 4월부터 시작하여 6개월여 긴 장정이 끝난 것이다. 정동극장은 전통창작공연의 산실과 도심형 아트플랫폼임을 자임하며 전통공연의 문화콘텐츠화와 대중화에 힘써 온 공간이다. 특히 <미소:춘향>, <미소:배비장전>, <가온> 등 장기 상설공연을 통해 국내외 관객에게 한국 문화원형의 살아있는 모습을 보이며 가무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련, 다시 피는 꽃>은 『삼국사기』에 전하는 ‘도미부인’ 이야기와 제주도 서사무가인 ‘이공본풀이’를 바탕으로 한다. 악무(樂舞)에 뛰어난 서련과 그를 사랑하는 장군 도담 그리고  권력의 힘으로 서련을 뺏으려는 왕, 이 세 사람의 갈등 구조 속에서 서련은 죽음을 맞지만 제사장에 의해 서련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 두 이야기는 전면적이지 않고, 부분적인 계기적 모티브로 작용하였다. 여기엔 <춘향전>이나 <양산백전> 등 고전소설의 여러 모습도 보이고, 세계 어느 민족의 설화에서나 나타나는 계급을 통한 애정 갈등, 재생 모티브 등의 설화소가 자연스럽게 흘러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편적 갈등 구조와 서사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큰 어려움이 없이 작품을 수용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중간 중간 가무악도 기교를 드러내기 보다는 장면 장면마다 적절한 요소가 배치되어 재미를 준다. 태평무, 검무 등의 전통춤의 여러 요소가 짧게 장면에 녹아들어 있고, ‘헌화가’, ‘연담가’도 이 작품이 지향하는 정화(淨化)의 재생모티브를 이끌어낸다. 가장 극적 장면인 무당의 엑스타시를 통한 재생 모습도 긴장감을 주어 예상되는 단순구조임에도 큰 무리 없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그동안 정동극장이 지향한 가무악에 기반한 전통창작무용극 그대로 모습이다. 이는 정동극장을 전통 문화콘텐츠 공간으로 확고하게 이끈 <미소:춘향> 연출의 김충한이 이 작품의 안무와 연출을 다시 맡음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는 그동안 진실된 사랑 등 보편적 정서를 기반으로 관객의 기대지평에 어긋남 없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정적 구조이다 보니 무용극으로 의미는 강하지만 그동안 정동극장이 지향한 연희적 요소는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가무악적 요소는 무용수의 춤에서 나타나고 전통 연희의 들썩거림은 찾기 힘들다. 이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소통 구조는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적 물질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결과겠지만 다소간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정동극장 전작 레퍼토리인 <가온>이 재미나 이해도 등에서 드러난 부족한 면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보편적 정서를 통한 행복한 결말과 주인공과 군무 등이 짜임새 있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기인한다.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한국문화의 특수성을 통한 보편적 감흥을 수용하는데 있을텐데 이러한 점은 이 작품을 통해 충족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정동극장이 지니는 관객 층위의 평균적 시각에 눈높이를 맞춘 결과일 것이다. 이 공연은 대부분 한국전통무용을 처음 접하는 수용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동극장은 그동안 한국 공연문화를 알리는 첨병으로 자리하였다. 그렇지만 부침이 있었고, 특히 외연적으로 이 작품이 공연되는 내내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관광 규제도 영향을 받아 관객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외풍에 영향을 받지 않기는 힘들겠지만 내적으로 지속적인 글로컬리즘을 지향하는 가무악 소재 개발이 정동극장이 지향하는 바이며 관객들도 처음 접하는 한국전통창작 공연에 대해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정동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