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송(舞松) 박병천은 진도의 민속을 우리에게 알리고 민속을 공연예술로 승화시킨 매개적 인물로 의미가 있다. 남도의 상례인 진도씻김굿의 민족문화적 가치를 인식시키는데 일조하였고, 씻김굿의 춤들과 민속춤인 진도북춤을 정제하여 무대공연예술로 이르게 한 것이 다 박병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문화원형에 대한 해석은 타계한지 10여년이 흘렀지만 가족과 후학들에 의해 면면히 내려오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예술혼을 기리는 의미로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6시간의 진도씻김(한국문화의 집, 2017.11.19.)이 연행되었고, ‘진도씻김굿과 박병천의 생애 회고 대담’(한국의 집 민속극장, 2017.11.26.) 그리고 ‘10주기 추모공연 무송 박병천 그 남자의 춤 이야기’(국립국악원 예악당, 2017.11.23.)가 공연되었다. 이 글에서는 추모공연을 중심으로 이번 공연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날 프로그램은 식전행사로 파독간호사무용단의 <박병천류 진도북춤>, <축원 비나리>, <제석춤>, <영돗(영돈)말이 고풀이>, 추모공연 추진위원 9명의 <박병천류 진도북춤>, <강강술래>, 80명의 <박병천류 진도북춤>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제석춤과 영돗말이 고풀이는 진도씻김굿이 원류인 무무(巫舞)이다. 제석거리는 씻김굿의 긴 흐름에서 하나의 맺음과 풀림을 주는 장면이다. 이는 서두에서 진행된 죽음에 대한 경건한 의식이 풀리는 동적 장치이며 게다가 살아있는 자들의 안녕을 비니 제의적이면서도 일상성을 함께 한다. 이 공연에서는 제석굿에서 추던 굿거리춤, 복개춤과 지전춤을 재구성하여 선보였다. 망자의 넋을 비는 역동적 장치인 지전춤이 삽입됨으로 공연예술적 의미가 배가 되었고, 씻김의 의미도 함께 느낄 수 있는 효과를 얻었다.
강강술래는 신한대학교 전통연희과 학생들이 펼쳤다. 강강술래는 무한 원형의 의미를 재생산하며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민속이다. 무한 반복이라는 점에서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 있었지만 손치기, 발차기 등 박병천에 의해 더해진 동작으로 구성을 재미있게 만들었고, 치기어린 젊은 남녀의 조화로 활기를 불러 모았다.
박병천은 진도씻김굿의 명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진도북춤을 공연예술로 무대화시킨 인물로도 강한 인식을 준다. 지역 민속춤이 이렇게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공연예술의 중요한 레퍼토리로 연착륙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젠 진도북춤은 전통춤 공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파독 간호사무용단, 추모공연 추진위원 그리고 80여명의 춤꾼에 의해 세 번 진도북춤이 공연되었다. 이런 구성은 아마추어와 진도북춤으로 춤꾼으로 인정받고 후학을 양성하는 춤꾼들 그리고 박병천 선생에게 배우거나 그 제자들에게 진도북춤을 배운 춤꾼 등 진도북춤 전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9명의 추모위원의 진도북춤은 20여 분 동안 펼쳐졌다. 이미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춤꾼들의 무대라 자신 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긴장감을 주며 흥미를 불러 모았다. 진도북춤은 원래 민속에서 생산된 춤이다. 게다가 그 즉흥성으로 인해 민중과 호흡한 춤이다. 그래서 어떠한 형식이 있을 수 없는데 이것이 무대공연예술로 수용되면서 기법과 규칙이 명확해지고 레퍼토리화 되었다. 이 무대는 그 경계에서 난장 형식을 지향하는 무대구성으로 진도북춤의 자유의지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진도북춤은 80여명이 큰 울림과 몸짓을 전해주었다. 연습부터 많은 힘듦이 있었을텐데 이를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실행에 올린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인원수가 많으나 무대가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졌고, 게다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원이 나오다 보니 그 의도에 비해서는 카타르시스가 크지 못하였다. 진도북춤은 커다란 공명과 세밀한 기교의 춤이라는 점에서 소수의 인원으로도 감동을 충분히 줄 수 있기에 이 부분은 과유불급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자리는 원론적으로 박병천이란 인물이 있었기에 존재한다. 이와 함께 제자들의 전승과 박병천류 진도북춤 보존회와 박병천류 전통춤보존회 등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다. 앞으로 이런 행사가 단순하게 주기의 행사가 아니고 내면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발표회나 학문적 세미나 등 이론과 실제가 함께 이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무대화시킨 것처럼 본질을 유지하며 다양한 변용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얻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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