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현대춤으로의 변이 과정을 보여준 - 춤인 무용단 〈FRAME〉

 지난해 창단한 Group 춤 in(예술감독 전은자)의 두 번째 정기공연인 이 김윤수 안무로 11월 14~15일 양일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있었다. 안무가의 변을 통해 김윤수는 신작 의 전체적인 형상은 매우 다원적인 컨템포러리댄스의 교집합이 될 것을 단언했고, 현재의 관객과 소통할 한국무용의 새로운 형태와 그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결의를 담았다. 전체적으로 그는 공간 속에서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가정 하에 작품 제목 을 반영하듯 공간구성, 색채, 움직임 어휘 등에서 프레임을 깨는 다각도의 변화를 시도했고, 안무자와 무용수들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발견한 무의식 속 이미지를 구현하는 목적을 일부는 달성한 것 같다. 다만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표현들을 좀 더 관객과의 느슨한 공감대로 편안하게 형성했으면 하는 인상을 남겼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다른 공간을 완성했다. 1부 첫 시작부터 기존의 공간개념을 달리하며 무대와 객석의 위치를 반대로 위치시켰고,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이색적인 방법론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참여 무용수들 전체는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채웠다. 한 무용수의 손짓 하에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개별적인 자아이기도 했고 전체 군중이기도 했는데, 2층 객석으로 올라간 무용수들은 오히려 무대 쪽을 바라보며 그곳에 놓인 축구공을 두고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듯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상황, 실제 무대에서 축구하는 모습, 2층에 유유히 흐르는 물고기 영상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공간감을 살린 주요 핵심은 움직임이기도 했지만 감각적인 조명이기도 했다. 녹색과 보라색 그리고 붉은 조명은 공간을 한정시키기도 하고 그 빛 속에 포그를 더해 마치 그 공간에 갇힌 듯 몽환적인 장면도 만들어냈다. 1부의 움직임은 한국춤의 전통적 춤사위를 고수하기보다는 시간차를 사용한 구성과 분절적인 춤어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호흡, 강약의 조절, 다소 작위적인 감정몰입이 특징적이었다. 양지현의 솔로와 남녀 5팀의 듀엣, 군무 등이 진행되면서 춤인 무용단의 춤기량이 뛰어남을 잘 보여주었으나 계속되는 비슷한 춤사위들은 후반부로 올수록 진부하게 느껴졌고 처음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잃고 밀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검은 의상과 붉은 의상의 남녀 듀엣이 화려하고 육감적인 분위기로 실력을 과시하며 전반을 마무리했다.



 2부에서는 원래대로 객석과 무대가 제 위치를 찾고,  무대 중앙에는 사각형의 프레임을 갖춘 조명 아래 한 남성이 누워있으며 검은 의상을 입은 여성 군무진들이 역시나 사각구도를 유지하며 남성 주위를 둘러쌌다. 무용수들은 그 주변에 놓인 책들을 활용해 책장을 넘기거나 찢거나 소리를 내거나 동일 페이지를 펼쳐 그 곳에 그려진 남성얼굴을 파노라마로 펼치거나 최종적으로 남성에게 던져버리는 다양한 행위를 했는데, 이는 책이 갖는 사각 프레임이 중심인지 아니면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독특한 음악과 읊조림, 무용수들의 미세하면서도 다채로운 춤 어휘가 주의를 집중시켰고 적절한 시간차의 사용과 절도 있는 움직임, 휘몰아치거나 절제된 감정의 조화가 안무가의 노련함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후반부 1, 2층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여성을 베이스로 전체 무용수들이 총동원되어 3인무에서 차례대로 숫자를 더하며 곡선을 강조해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역동성이 돋보이는 춤을 선보인 장면은 감정선을 최고조로 이끌어가는 확실한 하이라이트로 각인되었다. 이는 그동안 확연히 드러나지 못했던 무용단원들의 춤실력을 보여주는 계기라고 할 수 있었다.

 컨템포러리댄스라는 미명 하에 예술성의 부재를 사실상 허용하며 실험성만 주목되는 공연이 난무하는 시점에서 춤인 무용단의 은 동문무용단 작품으로는 드물게 작품성과 실험성이 공존한 무대였다. 더불어 무용단원들의 면모를 확실히 했으며 안무가의 생각을 움직임과 공간구성으로 잘 풀어낸 경우이기도 했다. 물론 1, 2부로 나뉜 장시간의 공연을 통해 방향성을 잃고 한계점을 보인 점과 많은 것들을 한 작품에 담고 싶어 했던 과잉이 오히려 반감을 산 부분도 없지 않았다. 또한 한국춤의 정체성을 언급하며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충분한 공연이었으나 앞으로 더욱 절제되고 정제된 모습으로 안무가의 감각과 춤인 무용단의 활약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춤인 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