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를 위해 음악뿐만 아니라 무대미술, 조명 등 무대 매커니즘까지 섭렵하고자 노력하는 안무가 최명현이 <시간은 무게다>라는 제목으로 1월 20~21일 M극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2014년 초연작을 관람하지 못한 관계로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 파악불가능 했으나 안무의도였던 삶의 보이지 않는 무게의 존재, 질량을 측정할 수 없고 끝없이 변화하는 무게인 책임에 관해 그 상대성을 자문하며 진지한 작업을 보이는 그의 작품성향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무대였다. 물과 유리라는 물질과 녹아내렸던 시간, 소멸되는 움직이는 에너지가 발화되는 순간의 중첩은 그 상관관계의 파악이 관객들에게는 난해했지만 그 때문에 사유의 순간을 갖게 했다. 최명현을 포함해 이병진, 김태희, 고밀도 역시 자신들의 색깔을 내포한 무용수들이었다.
포그로 가득 찬 공간에 몇 개의 사선 조명들은 공간을 분할하고 머리에 천을 댄 사각틀 형태의 사물을 들고 있는 무용수는 시간의 무게를 깊이 공감하듯 느리게 움직였다. 그 사각틀을 덮고 낮게 엎드려 바닥에 스며들 듯 사라지는 장면은 신선했다. 이후 등장한 3명의 무용수들 역시 우주공간 속을 유영하듯 슬로우 모션으로 걸으며 시간의 흐름 혹은 무게를 표현했는데, 소음 같은 반복적 소리와 움직임 어휘가 파파이오아누의 <위대한 조련사>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바닥에 밀착된 움직임을 하는 무용수와 세 방향으로 각자의 길을 걷는 무용수들은 자신들만이 감각으로 인지하는 시간의 무게를 드러내고 있었다. 구르기, 다른 무용수의 몸 위에 올라서기, 테크닉에 중점을 둔다기보다는 의미를 담고자 하는 자유로운 몸짓 등이 움직임 특질로 읽혀졌다.
차츰 속도를 더해가며 다양해진 움직임은 한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의 유리병에 물을 쏟아 붓고 그 물을 다시 유리컵에 받은 무용수는 다른 무용수의 손에 쏟아 붓는 퍼포먼스 보이는데 정지와 흐름을 반복하는 소리와 감정의 무게는 그의 독창적 무용세계를 반영하고 있었다. 두 개의 유리컵이 내는 ‘쨍’소리, 컵과 바닥 그리고 다른 무용수에게 물을 쏟는 행동, 운동화를 신고 바닥에 쏟아진 물 위에서 미끄러지거나 남성의 몸 위로 올라가서 몸을 여기저기 밟는 여성의 행위, 유리컵 주위를 손으로 문질러 소리를 내는 행위, 남녀의 듀엣, 3명의 무용수가 보여주는 수화 같은 움직임, 그것이 춤으로 이어지는 과정, 기계음에 맞춘 3인의 빠른 춤은 다채로웠다. 이후 속도감의 변화, 완결성, 점점 처절해지는 움직임은 최명현이 유리컵 2개를 들고 부드럽게 흐르는 몸짓을 중심으로 정지되고 모두가 2개의 유리컵을 들고 맑은 소리로 음악을 대신했다. 후반부 무대 곳곳을 채운 수십 개의 유리잔들과 그들의 손에 든 유리컵을 깨는 행동, 이를 과장한 소음이 조화를 이뤘고 깨진 유리파편 주위에서 양말만 신고 춤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다소 위험스럽고 불안한 장면을 연출했다.
파열음과 그들의 위태로운 몸짓이 어둠 속에서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며 끝을 맺었는데, 그가 물이 깨지고, 유리가 자라고, 소리가 녹고, 마음이 흐르고, 시간이 무게로 느껴지는 순간을 완성해내는 과정은 격렬한 에너지의 증폭이나 과장된 감정의 표출 없이도 일종의 파격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작품색이 뚜렷한 최명현이 M극장의 공간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 했지만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하는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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