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열전 2017!’은 문예위의 신진 예술가 지원사업인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성과발표전이다. 창작아카데미는 2016년에 신설되었는데 이전까지 수행하던 차세대 신진 예술가 지원 사업들을 통합, 개선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별개로 진행해 왔던 차세대예술가육성사업과 창작아카데미사업을 통합한 연구와 창작 중심의 육성사업으로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창작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문학,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오페라, 기획, 무대예술 분야의 만35세 이하 신진예술가 93명을 지원했다.
‘차세대열전 2017!’ 무용 분야 공연은 1월 20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에 올랐다. (천종원 안무)와 <숨은가족찾기>(손은교 안무), <찰나>(김서윤 안무)와 (김래혁 안무), (박상미 안무)과 <저항>(양호식 안무), 총 여섯 작품이 두 작품씩 한 조로 묶여 각각 이틀 동안 공연했다. 필자는 아쉽게도 마지막 날의 공연밖에 관람하지 못했다. 과 <저항>, 두 작품의 리뷰로서 차세대열전의 간략한 소회를 남기고자 한다.
박상미의 은 무대가 아름다운 공연이다. 무대 미술이 든든한 배경이 되고 무용수의 몸은 움직임보다는 배치에 주력한다. 몸이 어느 곳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미묘한 차이의 다른 그림들이 만들어지면서 마치 여러 컷의 회화를 감상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조명의 디자인과 색채, 그리고 장면의 농도를 다채롭게 조절한다. 무용수의 몸은 무대 장치에 압도되지 않았으며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신체의 근력과 균형감이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한다. 그러나 공연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춤을 추게 하는 원동력은 자연”이라며 무대에 자연의 요소를 담고자 했으나 인공미 가득한 무대의 제한적인 틀 속에 몸을 구속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조화보다는 어긋남 속에서 미묘한 충돌을 유발하며 신체를 다각도로 탐색하려는 시도도 보였다. 그런데도 무대 전체의 모습은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무용수의 신체가 공간에 조화롭게 적응하는 것이었다. 2인의 신체에 잠재된 에너지가 탄성과 긴장을 유발하면서 자칫 몸이 무대미술에 기여할 뻔 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양호식의 <저항>은 “외부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작품의 의지와 ‘저항’이라는 구체적인 제목이 말해주듯 야성적이고 거친 무대를 보여 준다. 아무것도 없는 빈 무대에서 무채색의 조명과 천장에 매달린 마이크를 유일한 도구로 삼아 강렬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장면들은 작업의 목표와 일치한다. 거리 공연이나 야외무대 등 옥외 공간에서 작업을 많이 한 무용수답게 에너지 넘치는 춤을 위해 적절한 무대를 조성했다. 최소한의 장치로 큰 효과를 낸 연출적 기량이 돋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춤의 특성을 잘 살린, 소신 있는 작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이면서도 난관이었다. ‘저항’이라는 제목이 동시대 춤에 대한 저항이 아닌가 싶을 만큼 이 공연의 춤은 과거로 후진했다. 의도적으로 복고풍을 만들어낸 부분도 있으나 안무가 너무 일률적이어서 탁한 느낌이 들었다. 표현 방식에 대한 탐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에너지를 발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법도 연구했으면 한다. 마지막에 플라스틱 투명판에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마구 뿌려대는 페인팅 퍼포밍은 지금까지의 어두운 무대에 색감이 보여서인지 의도가 어떻든 희망적인 결말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표현 역시 너무 소박했고, 마지막까지 뭔가 변화를 기대한 관객을 다소 허무하게 만들었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원 없이 한번 실컷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기대하는 부분은 두 가지였다. 작업 방향의 소신과 비전이다. (박상미 안무)과 <저항>(양호식 안무)의 분위기는 아주 상반되지만 두 공연 모두 완성도 있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젊은 안무가들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각각의 개성을 지키며 기존 작업에서 한발 나아가고자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런 중에 좀 더 채워야 할 아쉬운 부분들을 발견하는 일이 이번 공연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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