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아 늘 그렇듯이 2월에는 공연수가 적었고, 따라서 다양한 레파토리를 즐길 수 없던 가운데 주목받는 공연이 있었다.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인 세컨드네이처의 <이방인>(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2월 10~11일)이 그것이다. 이 시대 이방인은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주제로 알베르 까뮈의 소설을 다룬 이번 작품은 이미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공연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새로운 움직임과 내용의 강화를 통해 파급력을 높이고자 시도했다. 그동안 세컨드네이처는 실존주의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구토>, <보이체크>, <이방인>이라는 3부작을 완성했다. 안무자 김성한은 중견안무가로서 자신의 담론과 춤어휘를 형성해왔고, 무대연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공간을 구성했는데 이번 무대는 ‘같지 않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의 의미와 가치를 이전과 동일하게 탐색했다.
서사보다는 전개상 연극적인 성격이 강화된 구성에서 주역급 무용수들의 깊이 있는 감정의 표출은 훌륭했으나 현대무용과 스트릿댄스의 움직임 조합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고, 비언어적인 표현이 주는 모호함은 간간히 들리는 대사로 보완되고 있었다. 지하를 연상시키는 어두운 무대, 특유의 춤어휘, 철제물로 만들어진 무대장치들의 금속감이 인간의 고독과 고뇌, 소외를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을 우리는 이방인이라 칭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외로워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은 자화상일 수 있다. 남들과 다른 선택으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표현한 주인공 뫼르소의 죽음의 엔딩은 그만큼 처절하면서도 대사가 줄 수 없는 신체의 에너지로 관객들의 감정을 파고들었다.
드라마틱한 구조와 화자 역할의 남성, 두 남녀 주인공의 열연, 스트릿댄스를 열심히 추며 현대무용과는 또 다른 신체움직임을 도모한 남성무용수들, 여성무용수들의 다소 육감적이다가도 냉정한 움직임의 변이 등 볼거리와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이 공연은 집중도를 높이는데 성공적이었다. 때로는 비슷한 유형의 움직임들이 혹은 뒤틀린 신체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이 지리한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장시간의 공연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부족하지는 않았다.
실존주의라는 일관된 맥락을 유지한 채 춤이 발휘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보여주는 안무가의 집념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하고, 7명의 무용수들(권혜란, 이수용, 최우석, 조성국, 신영석, 양민주, 하치훈)은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었기에 빛을 발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괴리는 인간의 본성을 다룸에 있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연속성을 가지며 새로운 해석과 표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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