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은 국악에 기저를 둔 민족 고유의 예술을 연구, 육성, 발전시키는 공간이다. 현재는 서울의 국립국악원,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 그리고 국립부산국악원으로 나뉘어 지역적 특색에 맞게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에 힘쓰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립부산국악원이 개원 10년을 맞아 서울에서 교류공연을 통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예로부터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이 지역적 특질을 상징화한다. 상업이 발달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야류와 오광대놀이의 탈춤, 진주검무 등 교방청을 중심으로 전승된 춤들 그리고 한량춤이나 학춤 등 민속적 특색을 드러낸 춤 등을 비롯한 많은 춤들이 영남의 정체성을 보이며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다.
이번 <한국의 춤 부산 영남을 바라보다>(국립국악원 예악당, 2018.3.18.)도 영남춤의 여러 모습과 그동안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현재를 보여줄 여러 레퍼토리로 관객과 소통하였다. 그 공연된 내용을 보면 ‘선유락’, ‘수영야류 탈놀음 중 제3과장 할미 영감’, ‘입춤’, ‘동래학춤’, ‘부채산조’, ‘진쇠춤’, ‘춤打(타)’ 등으로 다양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선유락(船遊樂)’은 기녀들이 배 떠나는 모습을 연희한 향악정재로 신라시대부터 그 기원을 찾는다. 부산이라는 항구의 상징성과 더불어 정재의 내적 미학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오며 서곡(序曲)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어진 수영야류는 부산지역 탈춤의 특징인 조금은 거칠지만 골계적인 미를 드러내 주었다. 야류 탈춤은 노장과장, 양반과장, 미얄할미과장으로 나뉜 해서가면극이나 산대놀이 계열과 달리 탈에서 드러나듯 질박하지만 당대의 사회상과 비판의식을 담은 춤으로 평가받는데 이번 무대는 간략하게 전달하여 주면서도 해학미를 잘 드러내었다.
이어 펼쳐진 ‘동래학춤’은 학의 모습을 모사하였기보다는 긴 도포를 휘날리며 추는 모습이 고고한 학의 모습을 닮음에서 유래한 춤이다. 영남은 흔히 양반, 선비문화의 여러 원형적 모습이 발견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 학춤은 영남 선비의 그 고고한 자태와 부드럽지만 역동적인 몸짓을 보여주기에 무용단의 남성 군무가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마지막 ‘춤打’는 여러 전통춤 중 타악이 중심이 되는 여러 춤들을 한데 모은 작품이다. 여기에는 버꾸춤, 소고춤, 금회북춤 등을 남녀 무용수가 뒤섞여 타악이 갖는 커다란 울림과 그에 걸맞은 몸짓으로 신명을 불러일으킨다. 이 중 관객에게 색다름을 전달해 준 것은 ‘금회북춤’일 듯 하다. 진도북놀이에 연원을 둔 진도북춤 등이나 밀양백중놀이에서 공연으로 파생된 밀양북춤 등이 대중에 알려져 있지만 금회북춤은 조금은 낯선 북춤이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일대에서 발생한 이 춤에서 관객에 먼저 다가오는 이미지는 커다란 하얀 고깔을 쓴 무용수들의 시각적 모습이다. 그런데 눈꽃송이 같은 시각적 이미지와는 달리 외북에서 나오는 강인함과 남성무용수의 일사불란한 몸짓은 이날 가장 호응이 좋은 장면 중 하나였다.
이번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공연은 영남춤의 정서를 보여주며 국악원 무용단이라는 위치에서 보여줄 전통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면서도 이번 공연에서 영남춤의 비중이 더 높았으면 어떠하였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무대에서는 수영야류, 동래학춤 등과 함께 보편적인 전통춤을 통해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주 교방춤 계열이나 통영의 승전무 등 영남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고, 다른 지역 관객들이 좀처럼 볼 수 없는 춤을 보여주었다면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개성이 더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번 무대는 영남춤의 여러 원형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발견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영남 남성 춤의 매력이 제대로 인식된 무대이다. 이는 지역의 특질과 맞닿아 있는 모습으로 영남의 역동적이지만 부드럽고 투박하지만 강건한 춤의 색깔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주었다. 앞으로도 영남 지역춤에 대한 재발견과 함께 전통춤의 전승과 창조적 계승의 주역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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