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무용의 만남은 필연이나 특정장르를 특성화해서 그 시대성과 예술성을 담는 작업은 빈번하지 않았다. 재즈라는 장르는 흑인들의 애환과 자유에 대한 갈망, 이후 백인들까지 수용해 대중예술로 발전한 음악으로 그중 ‘스윙’을 사용해 이러한 가능성을 확대한 공연이 있었는데,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4월20~22일에 걸쳐 국립현대무용단에 이뤄진 무대가 그것이다. 이번 안성수 예술감독의 신작 <스윙>공연에는 재즈의 사회학적 변화-그 이전까지 재즈가 대중들에게 부도덕(뉴올리언스의 사창가) 또는 불법(시카고의 교도소)과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다가 스윙이 장소를 무도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재즈도 존중받게 되는 시기-와 맞물려 기본적으로 미국의 할렘가나 남부 흑인들의 재즈 음악에 맞추어 1930-40년대에 발생한 여러 가지 대중적 춤을 미국인들이 포괄적으로 일컫는 용어인 스윙댄스의 움직임 어휘가 그 안에 녹아있다.
정통 뉴올리언즈 핫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는 스웨덴 남성 6인조 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Gentlemen&Gangsters)’의 스윙재즈 라이브로 공연 전부터 음악애호가들의 기대를 받았던 바, 실제 무용가들 외의 관객들로 객석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또한 댄싱9을 통해 이름을 알린 최수진, 안남근과 이주희, 성창용, 매튜 리치에 이르기까지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무용수 전원이 출연해 흥과 에너지를 발산했다. 시작부터 특별한 장식 없이 조명장치까지 다 보이는 일상의 무대에서 남녀가 짝을 이뤄 신나는 리듬에 흥겨운 춤을 선보였다. 양쪽 막 옆에 마련된 의자에서의 등퇴장은 낯설지 않았고 커플들의 움직임이 끝나자 무대 플로어 자체가 좌측 한쪽으로 이동하고 그 아래 한단계 낮게 깔려있던 무대 뒤편에서 연주팀이 나와 실제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음악을 즐기는 풍경 역시 대중적이었다.
재즈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즉흥연주적인 데 비해 스윙은 연주자들에게 악보로 고정된 음악을 훨씬 많이 연주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음악적 즉흥성보다는 오프 비트에 몸을 맡기며 춤으로서 즉흥적인 잼(jam)을 연출하려 노력했다. 또한 현대무용과 스윙음악의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조화는 19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안무가 특유의 휘두르는 듯한 팔의 움직임과 빠른 발동작으로 호흡을 맞추며 즐기는 가운데 화려한 무대를 완성했다. 음악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있어야 소화 가능한 장면들의 퍼즐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밝고 활발한 공기가 무대를 가득 채웠고, 서사나 개념보다는 움직임 자체에 중심을 둔 점에서 난해하지 않아 거리감을 줄였다.
결국 <스윙>은 무대 전체를 오픈시켜 확장된 공간, 음악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CF와 공연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스윙음악, 다양한 무용수들로 구성된 국립현대무용단의 조직, 유희적 요소와 음악마다 다른 움직임 특질을 찾아 완성한 춤어휘의 해체 등이 조화를 이뤄 마치 콘서트처럼 큰 호응을 얻은 공연이었다. 다소 음악적 부분이 강해 인지도 높은 무용수들의 춤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변형되는 안무와 움직임이 묻히는 경향이 있었고 오프 비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춤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아쉽긴 했다. 하지만 호응도가 높았다는 사실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를 없애고 현대무용의 난해함을 극복하는데 충실했으며 음악의 시각화, 움직임의 음악화를 도모해 모두가 현장을 즐겼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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