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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에 기반을 둔 전통연희의 가능성 - 춤, 하나 댄스컴퍼니 〈쁘띠 미얄〉




 전통연희라는 말은 전통예술을 통칭하는 용어로 궁중에서 벌어진 예능에서부터 민중의 예술까지 광범위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민속예능이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가무희와 놀이적 요소가 강한 공연예술 등을 비롯한 기층민의 연희가 중심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점은 수용자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재미와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열린 공간 속 공연예술을 전통연희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도 그러한 바탕에서 이루어진 행사이다. 몇 해 꾸준히 이어오는 이 행사가 올해는 자연과 어우러진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며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하였고, 전통연희는 물론이거니와 창작연희까지 수용하여 전통성과 현재성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였다. 올해는 4편이 창작연희 작품공모에 선정되었는데, 그 중 <쁘띠 미얄>(상암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전통연희마당, 2018.5.19.)은 선정된 세 작품과 다르게 전통춤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탈춤의 미얄할미 과장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면서 여기에 쁘띠(petit)라는 접두어를 붙이고 있다. ‘쁘띠’라는 말 속에는 작은, 사랑스러운이란 정의와 함께 그것이 지나쳐 ‘약한’이란 의미까지 확대되는 상징성을 가진다. 이런 쁘띠라는 단어를 붙임은 기존의 미얄할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면서 현재적 의미가 함유된 선택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탈춤에서 드러난 미얄과 영감 그리고 색시라는 삼각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물의 성격도 그대로 수용한다. 그러면서도 미얄의 여러 분신을 등장시켜 분리된 여러 내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들은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미얄을 표현하고 후반부로 가면서 페르소나로 치환되어 내적 갈등과 해소의 매개로 묘사된다. 기존의 미얄할미 과장에서는 사회적이면서도 외재적 이야기만 담으려 노력하였다면 여러 심리를 몸짓으로 분출하였다는 점에서 무용이 갖는 본질적 감정 표현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또한 열린 공간 속 연희라는 측면에서 관객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극을 돋보이게 하였다. 영감을 직접 등장시키지 않고, 객석에서 한 명을 선택하여 극을 이끌어간 점은 즉흥적 웃음을 가지고 왔다는 점에서 극 전체의 활력을 주었다. 여기에 재담을 줄이고, 후반부에는 이들의 전공인 춤으로 감정표현을 하여 관객의 기대지평을 넓혀주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서사구조에서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서두가 길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진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작품이 극장에서 이루어진 공연이라면 서두로 괜찮을 부분이지만 현장성을 강조하는 야외 공연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탈춤의 수용이 갖는 비판적 사회의식이 하나의 서브 모티브로 자리하였다면 강조하고자 한 페미니즘의 현대적 의미도 자연스럽게 묻어났을텐데 이 부분도 두드러지지 못하였다. 이는 미얄에 집중되어 나온 결과로 뚜렷한 성격 창조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부분은 극복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긍정적인 면에서 연희극으로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었다. 색시, 미얄 등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고 분업하였으며 음악도 극 전체를 조율하는데 큰 의미 전달해 주었다. 여러 부분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점은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전통춤에 바탕을 두면서 여기서 확대하여 연희나 전통창작으로 나아고자 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을텐데 그런 점에서 각각의 개성적 특질을 잘 드러낸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춤, 하나 댄스컴퍼니는 한예종 전통원 무용과 4기 동기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단체이다. 자존심 강하고 재능 있는 젊은 춤꾼들에 의해 큰 변고 없이 이어오며 전통춤, 창작춤, 전통연희 등 다양한 노력과 실험을 하며 공연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앞으로도 여러 실험과 융합을 통한 전통연희 창작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_ 김호연(문화펑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