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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조우가 용이하지 않았던 - 국립현대무용단 〈스웨덴 커넥션 Ⅰ〉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스테이지 <스웨덴 커넥션Ⅰ>(6월 15~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해외 무용단과의 협업과 교류를 통해 국제적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는 작업의 일환이다. 스웨덴의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의 레퍼토리 3개와 브라질 안무가 페르난도 멜로와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수 김민진, 서보권, 손대민, 이유진, 이태웅, 홍호림의 조우로 완성된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는 그들의 스타일이나 움직임 언어의 개발 측면보다는 메시지나 이미지의 전달에 주력한 공연이었다.

 “세계초연 2018 스코네스 댄스시어터 신작”이라는 문구가 거창한 기대감을 갖게 한 <엔터테이너들>은 로세르 로페스 에스피뇨사의 안무로 세 무용수의 춤이 그러한 거창함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화려함과 아크로바틱한 속임수들, 기발한 재주와 유머, 기교, 우아함, 신체적으로 얽힌 상황들, 엔터테이너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관객들의 찬사와 박수갈채뿐인 상황을 관객에게 보이기 위한 쇼라는 설정에 주목했으나 잠깐의 유머와 팔다리를 뒤엉키며 완성하는 다양한 구조의 이미지들, 간혹 보이는 아크로바틱한 움직임, 접촉즉흥 등의 요소가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화려함과 역동성을 바랬던 엔터테이너라는 단어와 문화적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1] <하프 하프>

 징이 왕이 안무한 <하프 하프>는 기량이 좋은 두 무용수간의 몸의 대화가 중심을 이뤘다. 움직임을 듣고, 구분하고 조이고 푸는 감각과 소통 자체의 에너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무음악이 주를 이루는 사이 몸을 맞대고 느리게 유동적으로 흐르는 감정과 신체의 느낌은 잔잔하면서도 진지했다. 음양의 조화, 락킹과 언락킹의 결합을 통해 양자를 느끼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창작하는 과정이 차이를 변화시켜 그 성질을 작품으로 만드는 실험과정은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그러나 시간차를 이용한 움직임의 반복, 조용하면서도 느슨한 구조가 다소 긴장감이 반감시켰다.



[사진 2] <깨뜨릴 용기>

 <깨뜨릴 용기>는 마들렌 몬손과 페데르 닐손이 요사이 많이 볼 수 있었던 장애인 무용수와 일반 무용수의 신체와 움직임을 통한 조우를 보여주었다. ‘관계’를 역동적이고 감정적으로 탐구하며 만남과 동시에 떠나기 위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다뤘던 장면 장면에서 힘의 균형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서고 있었고, 동일한 공간에서 그 경계란 없었다.




[사진 3, 4]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 연습

 페르난도 멜로가 안무한 <두 점 사이의 가장 긴 거리>는 수학공식을 연상시키는 제목과는 달리 ‘경계’를 주제로 삼고 있다. 안무적 구성을 통해 신체 및 정신적 장벽들 간의 교섭, 가까운 거리를 넓은 공간의 확장으로 바꿀 수 있는 그 장벽들의 힘, ‘연결’에 대한 인류의 궁극적인 필요를 추상적인 방식으로 그리고자 했다. 무대 중앙에 층층이 쌓인 나무판넬 위에 누워있던 4명의 남성무용수들은 미니멀한 움직임으로 순차적으로 돌림노래 하듯 춤췄고, 이들 퇴장 후 그중 한명의 신체를 나무판 사이에 뚫린 공간 밑에서부터 손들이 올라와 쓰다듬거나 당기는 행위가 이어졌다. 다시금 등장한 남성무용수들은 나무판을 하나씩 들고 마치 시간의 거리를 재는 양 바쁘게 이동하며 이를 매개체로 사용해 교섭과 연결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나무판을 사용하는 이미지 때문에 시디 라르비 세르카위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그의 다양한 움직임 어휘나 역동성에 비해 반복되는 음악에 이동하는 나무판과 여기에 반응해 움직이는 솔로 남성의 관계가 다채롭게 나타남으로써 흥미로웠다. 군무진들이 공간 곳곳을 채우며 후반부 남녀 무용수가 나무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중심을 이용하여 사물과 인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장면과 무대 앞쪽에 나무판을 세워 마치 벽처럼 세워놓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춤추는 엔딩신 등은 무용수들의 기량과 안무가의 탐색 과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럼에도 관객에게 관점의 변화를 바라는 안무자의 요구가 용이하지만은 않은 공연이었다.

 2019년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안무 교류 프로젝트는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특성인지 혹은 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인지 차분하고 진지한 분석과 실험이 전반적이었다. 즉, 이번 공연들은 또 다른 형태의 유럽 컨템포러리 댄스(타장르와의 협업이나 경계 허물기를 통해 스펙터클한 모습을 보여주는)와는 다른 모습에 주목 할만 했다. 유럽, 남미, 아시아의 예술적, 문화적, 인간적 만남은 소중한 원천이 되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생성하지만 관객들의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될 때 가능한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국립현대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