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창단 이래로 독자적 색깔을 지켜온 아지드 현대무용단이 창단작품 <존(存)>을 재해석한 무대를 가졌다(7.13~14, 서강대메리홀 대극장). 2018년 새로운 전환점의 시작을 위해 김도연 대표를 주축으로 이은주, 최영현이 안무를 맡았는데, 제작과 실연을 분리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무용단 단원 모두의 창작과 실연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형식으로 이뤄진 공연이라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재해석은 각 작품의 주제 및 소재, 무대구성, 음악, 움직임 등이 다양하게 해석되었다고 한다. 15명의 군무진(조선영, 김준희, 최정윤, 전보람, 정수동, 박아영, 김미희, 김태희, 우혜주, 박상준, 문형수, 정지윤, 정규연, 송주원, 고흥렬)들은 진지하게 서로에게 반응하며 미학적 완성보다는 그 철학적 의미의 탐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의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 허물기, 극장이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의 재배열, 관객의 경험이 중요시되는 공연형태 등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의 무용공연이 주장했던 실험적인 여러 요소들을 다분히 담고 있었다. 메리홀 전체를 크게 확장시켜 오픈한 무대는 기존과 달리 양사이드의 관객이 가까이서 공연을 바라보았고, 흰색의 대형 비닐튜브처럼 생긴 구조물들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몽롱한 백색의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이밖에도 웅장한 음악의 독자적인 흐름, 다소 감정이 배재된 느낌의 움직임들이 각 부분들의 협업의 결과물로 여겨지는 것 역시 포스트모던댄스를 연상시켰다. 희미한 공간 속에서 정수동이 그 비닐 튜브 속에서 마치 외계의 존재처럼 미묘한 분위기로 전체를 장악했고 그의 느린 움직임은 생(生, Emerging) 속에서 새로운 의식의 부유를 의미했다. 이후 곳곳에서 등장한 남녀 무용수들은 무음악 속에서 동일한 동작구를 보이는데, 독특한 춤어휘라기보다는 기존의 움직임 속에서 응집된 힘을 과시했다. 집단적 매스는 각자의 움직임으로 분열되고 분산된 에너지는 세포 분열하듯 번져나갔다.
하수 뒤편에서 사선으로 바람 넣는 대형 선풍기 같은 기계와 연결된 긴 반투명의 튜브는 부풀어져 있고, 그 속의 남성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존재를 깨닫는다. 전진과 후퇴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깨달은 것들을 몸속에 간직하며 이후 진(進, Moving)의 장에서는 앞으로 부딪칠 운명에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전진한다. 그 전진에는 대형 튜브를 떼어내 이동시키고 던지면서 혼돈의 시간과 함께 역동적인 춤으로 공간을 채웠다. 이때 무용수들은 공간 속에서 춤을 춘다기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느끼고 표현하는 개개의 존재였다. 따라서 삶이란 정돈되지 않은 흐름으로 부유하며 움직임을 통해 존재감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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