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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공연으로 탈춤의 재생산과 그 가능성 - <가면희> ‘탈&춤’



  ‘
탈춤 조선 후기에 집성되어 조선 기층문화의 대표성을 갖는 예술 장르 하나이다. 탈춤은 내적으로 양반을 조롱하는 사회비판 의식을 담고 있고, 외적으로 상업경제 구조에 따른 문화 행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근대 의식의 싹으로 이야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윤식, 김현이  『한국문학사』에서는 탈춤이 자생적 술과 양식이라는 특질을 갖기에 근대 기점의 논거 하나로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탈춤은 일제강점기에 잊히다가 1970년대 민족의식의 발로 속에서 재현되었고, 여러 탈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민족문화의 발굴 복원이란 측면에서 성과를 보였지만 대중과 소통이란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탈춤이 열린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리극 요소가 강하다보니 대중이 지속적으로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두드러지게 담는데 있다. 대표적인 탈인 홍백양반 탈도 아버지가인지인지 모르는 양반의 허위와 이중성을 그대로 보이며, 문둥북춤도 그러한 담론을 담고 있다. 문둥북춤은 누대에 걸친 죄업으로 문둥이가 양반이 존재에 대한 고통을 북춤을 매개로 극복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주벗어나고자 몇몇 탈춤꾼들이 여러 기획 공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노력하였고, 신명을 무대에서 분출하여 왔다. 이번 서울돈화문국악당 포커스 기획 <가면희(假面戱)>(서울돈화문국악당, 2018.8.8-19) 그러한 형태 하나다. 일에 걸쳐 진행된 공연은탈춤보존회공연, ‘&’, ‘탈바꿈 가지 형태로 나누어 탈춤의 매력을 발산한 무대였다. & 허창열, 이주원, 김태호 명이 탈춤과 전통춤을 교차로 선보이며 탈춤과 전통춤이 가지는 즉흥적 신명과 동시적 균정미를 보여준 무대였다.



  허창열은 고성 오광대놀이의문둥북춤덧배기춤 추었다. 고성오광대의 특질 하나는 양반에 대한 조롱과 아이러니 구조를  단순한 내용이지만 극적 스토리텔링이 있기에 관객들도 쉽게 빠져들게 하는 요소가 있다. 허창열은 표면적으로 유약해보여 역할에 적절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강단 있게 극복의지를 넘어서는 초월적 에너지를 드러내며 최적화된 뭉둥북춤을 보여주었다. 덧배기춤도 자율적 소통 구조로 허허로움 그대로이면서도 힘의 조절을 통해 대쪽 같은 춤을 추어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이주원은도살풀이춤 하회별신굿놀이의이매춤 보여주었다. 도살풀이춤은 다른 살풀이춤에 비해 비장하고 수건을 통해 역동성을 드러나는 춤으로 그의 외모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와 합을 이루었다. 이런 강건한 춤이 있은 보인 이매춤은 반전 매력을 느끼게 이끌었다. 이매춤이 갖는 매력은 희극성이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바와 말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오고, 외면적인 모습으로 인해 오히려 그로테스크 미학을 만들었다. 특히 하회탈이 갖는 매력 하나는 반이 숨겨지고 반은 드러난 모습일텐데 이에 그의 얼굴 속에서 희로애락이 엿보일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그의 춤은 외강내유(外剛內柔).



  김태호는 가산 오광대놀이의 할미춤과 한량무를 선보였다. 가산 오광대놀이는 질박하면서도 복합성을 띠지만 정제미가 있는 춤이다. 여기서 그는 갈등 양상보다는 일상성을 드러내며 탈춤의 민중성을 정형화하여 드러냈다. 또한 한량무를 선보이는데 스승인 임이조의 특질인 웃음을 머금고 교태적이면서도 유려한 춤사위를 수용하면서도 한량의 기백을 조화롭게 하여 답습이 아닌 개성을 드러내었다. 그는 탈춤을 이해한 춤꾼이면서 춤꾼으로 자기 영역을 펼쳐가는 예인으로 주목할 있을 듯하다.


     

  탈춤의 속성은 현장성에 있다. 이는 열린 공간 집단적 신명성과 맞닿아있다. 그렇지만 현재 탈춤의 연행은 박제화 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중과 소통 창구가 제한되어 있고, 원형 그대로는 현대사회와 조금은 분리된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선보인 춤들은 그동안 젊은 탈춤꾼들에 의해 무대 레퍼토리로 정제된 것이고 관객의 호응이 높은 형태이다. 이는 젊은 춤들의 노력에 의한 부분일텐데 영속성과 현장성 덕분으로 관객은 잊힌 전통 연희에 대한 흥취를 만끽하였다. 아마 이러한 춤들이 열린 공간 속에서 연행하였다면 집약적 호응을 거두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는 극장만이 가지는 소통 구조에 기인한다.  



  공연 짧은 대화에서진작 이렇게 좋아해주시지라는 기쁘면서도 자조적인 속에는 탈춤의 현재성과 미래의 화두가 놓인다. 탈춤은 제한되어 있다. 이는 공간에 대한 문제도 있고, 레퍼토리에 대한 문제도 있다. 현재 연희되는 탈춤의 종목이 손꼽을 정도이니 그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러 종목 속에서 무대화할 있는 범위는 확대 재생산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탈춤에서도 원형 그대로 다듬어 무대화라는 측면과 변용을 통한 재해석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이번 기획 공연에서 이루어진 의도도 그러할 것이고 그동안 춤꾼의 활동 범위와 실험성도 이러한 예증이다. 탈춤은 탈과 춤이 갖는 매력을 함께 공유하기에 보편성을 지니며 한국 탈춤이 갖는 원형질로 인해 한국인만의 정체성을 갖는다. 그렇기에 대중은 판이 제대로 벌어진다면 찾아와 신명을 느낄 것이고, 타자(他者) 한국의 새로운 기호를 느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활동에 주목하면서 탈춤공연의 새로운 기획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기를 기대해본다.      




 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서울돈화문국악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