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경 무용단의 <푸너리 1.5>가 작년에 이어 더욱 완성도에 주력하며 2월 24~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안무자 장유경 교수는 고향인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해왔지만 중견무용가로서 한국춤과 문화의식에 근간을 두고 전통과 대중적 감성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동안 여러 안무작에서 보여준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자신만의 색채로 우리 춤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의 결과였고, 특히 <푸너리 1.5>를 통해 빛을 발했다. 2013년 창작산실 한국무용 우수작품으로 초연된 <푸너리 1.5>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무용부문 우수작품 재공연'에 선정돼 2015년으로 이어진다.
공연은 대본과 연출을 맡은 조주현의 표현대로 하늘과 땅, 기쁨과 슬픔의 경계에서 사는 인간의 상태를 1.5로 보았고, 동해안 별신굿이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라면 <푸너리 1.5>는 삶과 죽음의 중간, 혹은 경계점인 현재를 의미했다. 안무자는 춤을 통해 이를 담을 그릇으로 굿 특유의 장단인 푸너리에 주목했다. ‘푸너리’는 동해안 별신굿 과정 중 하나로 종합예술적 성격을 지닌 모든 연희 과정 중 가장 대표적인 춤으로 풀어낸다는 뜻이다. 작품 전반을 통해 안무자는 동해안 별신굿을 바탕으로 이에 현대적 요소를 접목했고 동해안 별신굿이 지닌 무속성과 전통 무속음악, 감각적인 미장센과 무대, 세련된 조명이 오늘날의 춤사위와 맞물려 독특한 안무색을 만들어냈다.
특별히 이번 공연의 특징은 움직임의 측면이 강화되는 동시에 동해안 별신굿판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장고 장단인 푸너리가 감칠맛 나게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음악의 시각화 혹은 움직임의 청각화를 이루듯 매체를 넘나드는 교차는 이밖에도 남성의 거친 숨소리와 그로테스크한 읊조림,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와 장고 장단과 기계음과의 뒤섞임을 통해 묘한 긴장감을 간직하며 공간에 퍼져나갔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소박하게 연주되는 타악기의 울림은 그 장단에 맞춰 김용철의 인상적인 솔로와 무용수 13명(심현주, 편봉화, 임차영, 김현태, 김정미, 서상재, 박민우, 김경동, 강정환, 이수민, 최승윤, 박경희, 최재호)이 삶과 죽음의 경계인 ‘살이’와 과거와 미래의 중간인 ‘현재’에서 경계의 춤으로 확장되었다. 군무진들의 고른 기량이 요구되기는 했지만 그들의 열정이 전해지기도 했다.
초반부 느린 호흡으로 움직이는 여성 무용수의 응축된 몸짓, 붉은 대형 막대기를 들고 구도하듯 혹은 의식을 치루듯 이미지를 그려내는 남성 무용수들의 움직임도 선명하다. 붉은 막대기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구조와 여인이 던져준 부채를 들고 추는 역동적인 남성군무, 속도감을 더해가며 파급력을 지니는 전체군무는 관객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유독 푸른빛을 받으며 희게 빛나는 대형 고깔모양의 물체 속 김용철의 절제된 춤사위는 몽환적이기까지 했고, 자신의 긴 검은 옷을 살풀이 수건 삼아 즉흥성이 돋보이는, 마치 신들린 듯 춤추는 그의 춤은 장유경 교수 스스로가 추었던 장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이후 밝은 느낌의 음악에 남녀 무용수들의 즐겁고 유희적인 춤, 세로 사각조명 속에서 전진하며 보여주는 각자의 춤, 동일한 춤사위로 증폭되는 사물음악에 최고조에 이르는 춤, 대나무 숲에서 앞으로 걸어나오며 이뤄지는 마무리 춤 등이 현대적 이미지를 더한 조명 속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과거 무속을 천시하던 역사 속에서도 우리춤에 담긴 무속성은 그 원형적(原型的) 성격으로 인해 한국창작춤 속에도 살아 숨쉰다. <푸너리 1.5>는 그 일례이며 오늘날의 푸너리춤으로서 리듬과 호응하는 복잡하고도 현대적인 춤사위는 '푸너리'의 상징과 특징, 의미를 무대 위로 되살렸다. 춤과 음악, 조명의 삼위일체를 통해 우리춤의 현대화를 시도한 부분과 전통 가락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실험적으로 사용한 점이 주목된 무대였다.
* 본 글은 월간 무용잡지 <춤과 사람들>에 동일하게 실린 내용입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장유경 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