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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감각의 너울 속 움직임의 확장성 - 예효승 안무 〈오피움〉

  예효승 안무 <오피움>(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8.10.5-7)은 제목에서 강한 호기심을 연다. ‘오피움(Opium)’, 양귀비로 번역될 이 단어는 환각의 상태에서 상정될 수 있는 자아의 분열과 거기서 나오는 몸짓의 변용에 대한 의식을 담으려 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직시하지 않고, 상징적 장치를 통해 의도하고자 한 신체감각의 재생산을 보여주기에 기대지평만큼 자극적이지 않다. 어찌 보면 그런 각성에 취하지 않고도 인간에게는 사실적 자연주의의 관점에서 드러난 본능의 충돌 너울이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무용수들이 두런두런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체로 뒤돌아 선 채 뒷걸음치는 무용수와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누워있던 무용수가 일어나 다르면서도 같은 느낌으로 주제 의식을 담은 은유성과 원초성을 알린다. 이어 무용수들은 접촉을 통해 동작의 연속성과 변화를 가지고 오며 반복성을 드러낸다. 거친 외마디의 리듬은 반복음 속에서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격음으로 이어면서도 이도 반복음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격렬한 반복성을 통한 누적된 피로감은 분출된 본능적 몸짓으로 전이되어 신체 감각의 끝 간 곳으로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어진 무음악은 갑갑함의 해소가 되어 돌아온다. 인식의 변용은 몸짓의 변용이고, 무음악에서 이어지던 무용수의 움직임은 생산적 움직임의 가능성을 연다. 그러다가도 이들의 운동적 행위는 하나의 형식을 만들고, 다시 결합된 형태는 밀어냄 올라섬, 무대 밑으로 거꾸로 떨어지기도 하며 확장성의 구조를 만들려 한다

 

이어 스모그와 함께 빠른 비트의 동작과 구성 그리고 앞서의 운동성에서 이미지적 표현이 가미되어 정제된다. 모든 무용수들은 일종의 이야기구조도 만들며 라이언 킹처럼 순수성과 본성을 은유하기도 하고, 케니 지의 음악처럼 맑은 음색과 사이키델릭 음악의 몽환적 기계임이 혼재한다. 그러면서 다시 본성으로 돌아간다. 무채색의 공간적 색감과 함께 바닥으로 옷을 벗어 던지는 이들의 몸짓은 원형 회귀로의 가능성을 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친절하지 않다. 이는 서사구조가 극적 구조를 지향하기 보다는 표현의 운동성을 통한 신체의 움직임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성은 어느 정도 배제된 표현의 한계에 도전하는 듯 하다. 이것이 상징적인 사회의 단면일 수 있지만 포스트모던 이후 더 이상 새로운 질서를 나타낼 것이 없는 상태에서 동시대적 표현법인 이미지의 시간적 흐름과 자아의 순간적 표출의 연결성에 두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글로컬리즘적 색채는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적 보편성과 시대상이 한국적 요소와 만나 드러나는 생산적 요소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의 작품에는 동시대적 표현의 적용과 전형성을 드러내며 민족 혹은 로컬리즘의 변별적 요소를 강요하지도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는 음악에서 미시적으로 일부 드러날 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아의 다름과 유사성을 인식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이 작품은 극한적인 감정 속에서 나오는 신체 표현의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가능한 몸짓의 구조화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것이 기대지평에 비해 극한적이거나 일상적 담론에서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더라도 무대에서 창조적 행위를 통한 사회적 의미의 미시적 연관성을 가지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_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