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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통한 초현실주의의 구현, 난해함 극복 못 한 - 세컨드네이처 〈기억의 지속〉

  인간 내면의 끊임없는 욕망과 상상력, 이중성과 의식의 흐름 등을 다룬 세컨드네이처 무용단의 <기억의 지속>이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무대에 올랐다(1110~11). 늘 인간의 존재론적 문제에 주목하며 실존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데 탁월함을 보였던 김성한의 이번 신작은 특히나 현대미술의 거장인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세컨드네이처 무용단이 던지는 질문은 기억의 지속을 통해 과거에 이루지 못한 욕망들을 다시 만나는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했고,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데 집중했는데 '현실의 딱딱함',  '타임 터널', '무의식 세계', '과거의 조각들', '희망의 판타지' 등으로 순으로 구성되었다.

 

 

 

 

 

 

 

 

 

 

   시작은 2층 객석에 원색적인 의상에 가면을 쓰고 담배를 피우는 남성이 탑조명을 받으며 관객을 관람하듯 살핀다. 그는 비틀거리듯 혹은 흐물거리며 천천히 걸어 옆으로 이동했고 이후 1층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 속으로 걸어 들어올 때 대형구조물 속에 비친 영상에 그의 모습이 서서히 관객들 앞으로 확대되고 이는 공포감마저 느껴졌다. 마침내 그가 얼굴을 온통 가린 두건을 벗고 본인의 얼굴을 보이는 과정이 무척 연극적이며 경련하듯 움직이는 몸짓과 하수에 마련된 밧줄을 잡고 고함지르는 모습은 처절했다. 자살하려는 듯 괴로워하는 모습에 큰 웃음소리로 밝게 웃는 여인의 등장은 앞의 인물과 큰 대조를 이루며 이때 사선 구조물에 비친 사각 큐빅들의 영상은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의 작품을 투영했다


  그들의 뒤틀리고 왜곡된 움직임들은 보기에는 불편하지만 실제 일그러진 현실을 담고 있었다. 이어서 구조물에 비친 영상이 토네이도 속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칠 때, 달리의 그림처럼 추상적인 영상 속에 살색 하의만 입은 남성무용수가 그 영상 속에서 마치 원래 존재하는 듯 착각을 일으켰다. 화면 속 이미지에서 사라져 무대로 나온 남성 무용수의 솔로는 더욱 환상 속 이색 공간에 분리된 이질적 육체를 보여주었다. 눈 주위를 검게 칠한 첫 번째 남자가 재등장해 영상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듯 주시하고 녹색 드레스에 검은 재킷을 입은 새로운 여성의 등장은 역시나 웃음과 동작이 함께 하며 비슷한 유형의 움직임들을 보였다.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진 남녀의 춤은 역시나 어둡고 후반부 밝은 무늬의 영상에 모두가 무대에 등장해 마이크를 들고 하는 자전적 고백, 다양한 퍼포먼스와 연기를 펼치는데 현란하며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과거의 편린들을 암시했다. 독특한 영상 속 독백하던 여인은 또 다시 뒤틀린 춤을 보이며 각자 다른 캐릭터의 독자성을 살렸다. 구조물 뒤 프레임 속의 또 다른 구성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연출되었고 그 모습은 또 다른 이미지를 그려냈다. 픽셀로 흩어지듯 흩뿌리는 그들의 모습과 강한 비트의 음악이 힘 있고, 이번 작품은 세심한 구성이나 안무보다는 연극성, 영상성, 이미지에 주력하고 있었으며 영상 속 이미지가 더 뇌리에 각인되는 듯했다


  달리의 그림 속 액자틀 형태의 프레임에 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고정되며 엔딩을 맞는데 마지막 그림의 파동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마지막 굉음에 그들은 좀비들처럼 또 다른 모습으로 앞으로 전진하며 뒤틀렸고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약화되었다.

 



 

 

   <기억의 지속>은 기존과는 다른 무대사용과 무대와 관객의 위치변화, 대사와 연기를 통한 연극적 방법론, 시차를 두고 변하는 실험적 무대영상, 개성 있는 캐릭터의 창조, 초현실주의를 반영한 구성 등은 안무자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특히 이는 현대예술의 난해함을 담고 관객에게 던져졌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당혹감과 혼란을 의도했다면, 또한 많은 생각을 유추하고자 했다면 그 부분은 성공적이었지만 늘 그렇듯 대중적이지 못한 작품에서 오는 이질감은 피해갈 수 없었다.


  

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