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 <댄서하우스>(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2018.12.7-9)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춤으로 풀어내는 무대로 색깔이 다른 무용수들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017년 처음 선보인 이 공연형식은 올해 김주원, 서일영, 안남근 세 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섰는데 장르를 달리하지만 현재 그 분야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임과 동시에 장르를 뛰어넘고 융합하며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물들이라는 차별성과 유사성을 함께 지닌다.
김주원은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발레리나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달’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정윤, 김세연, 최수진 세 명의 안무가를 통해 내면의 움직임으로 나타내려 한다.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에 바탕을 둔 안무가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둘 수 있지만 세 가지 이야기(
김주원의 이번 무대는 유려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하였다. 물 흐르듯 하면서도 선의 미학의 정점에서 유동적인 움직임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무용수의 심리적 의식은 여러 관계망이 아닌 존재의식 속에서 출발함을 미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달은 항상 그대로이지만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다르게 인식될 뿐 본질의 변화가 없음을 무용수에 대입하여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서일영은 스트릿댄서다. 그에게 있어 춤은 삶의 시작이자 끝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그 춤이 다시 이야기를 만드는 순환적인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그것이 춤으로 승화된다. 그래서 그는 돌고 도는 춤 인생이라 말한다. 그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나온 패러다임을 개괄적으로 풀어놓으며 이 무대에서는 그의 춤 인생을 말하고자 한다.
그는 최적화된 상태에서 일반인과 다른 움직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출발인 팝핀처럼 관절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이는 그의 춤이 본능이지만 해부학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육체의 움직임 그대로의 표현이다. 서일영은 최근 김설진, 안성수 안무의 공연에 출연하여 그 폭을 확장시키고 있고 이러한 행보는 감각적인 분출에서 구조화된 춤으로 변용을 가지고 왔는데 이번 무대는 이를 점검하고 다른 색깔을 만드는 문턱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안남근은 팔색조의 무용수다. 감성어린 춤 세계를 보이다가도 역동성을 분출하기도 하고, 개성이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군무에서는 합을 맞추며 집단화를 이루는 등 적재적소에 색깔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동안 춤의 입문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말하며 모든 것이 춤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이 춤이 될 수 없지만 그걸 표현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모방하지만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수용하고, 외국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등 지금의 모습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변신, 변환, 변주 등 본질을 간직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그동안의 춤 세계였음을 밝히면서 ‘나는 나’를 강조하고는 가요 ‘삐딱하게’를 부르는데, 춤이 아닌 노래를 완창하며 노는 모습도 본인임을 증명하며 존재감을 펼친다.
2018년 국립현대무용단은 다양한 시즌 프로그램으로 대중과 소통하였다. 대중과 소통하였다는 점은 관객에 머문 것이 아님을 의미할텐데 이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시도를 통한 결과일 것이다. 2019년도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프로그램도 진폭을 더욱 넓히는 레퍼토리를 통해 새로운 관객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제공_ 국립현대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