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이 많은 소녀>(정동극장, 2018.12.6.-30)는 공옥진을 모티브로 한 창무극(唱舞劇)이다. 공옥진은 이른바 병신춤과 동물춤으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그의 창무극은 민초의 삶을 반영하여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었다. 그렇지만 그의 예술이 대중에게 인정받기까지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한국현대사에서 광대의 삶은 질곡 역사 그대로였고, 기층문화의 일부로 떠돌 뿐이었다. 게다가 그의 춤은 전통적 유형보다는 민중의 자유로움이 강하였기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시절이 길었다.
그런 그의 삶이 1인 창무극과 춤이 어우러져 새로운 감각으로 대중과 함께 하였다. 이 작품은 춤꾼인 류장현이 연출과 안무를, 소리꾼인 이자람이 작창과 음악감독을, 소리에 이나래, 춤은 류장현과 친구들의 다섯 남성 무용수들이 맡았다. 이는 1인 창무극, 댄스씨어터, 판소리를 수용한다는 지향점에 따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공옥진이 지향한 창무극의 형태를 수용하면서 그의 삶과 현재 예인의 삶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중적 의미와 구조를 지닌다.
이어 ‘옥진가’로 그의 일대기가 소리로 그려진다. 여기서는 일제강점기 어려운 삶 속에 최승희와 만남이나 가정적으로 힘든 여정, 한국전쟁과 그 이후 어려운 삶을 풀어놓는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단순하게 공옥진의 삶을 연대기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소리와 춤이기에 춤은 자연스럽게 교차적 혹은 표현적인 장면에서 수용되는데 이는 다섯 명의 무용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흐름에 대한 표현을 몸짓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동시대 예인들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법이 분절되어 있는 듯 하여 기대지평과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단순하게 공옥진이란 키워드에 집중한다면 그러한 인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몸짓은 중의적 의미를 전달하며 일상적 수용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동물춤은 공옥진 춤의 변용이다. 이는 공옥진 춤에 대한 모사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the song of the body’, 몸을 소리로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전이되어 현재성도 함께 담아낸다. 이는 남성 다섯 명의 동적인 움직임이기에 역동적인 듯 하면서도 이완되어 있고,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이들은 또한 추상적인 표현에 머물지 않고, 담론을 통한 몸짓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습은 표정으로 몸을 쓰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넋두리하기도 하며 이를 움직임을 만든다. 이 시퀀스가 공옥진과 떨어져 있는 듯 하지만 현대 젊은 예인의 전형성을 보이며 시대고를 통한 예술 표현의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주름 많은 삶을 산 공옥진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려진다. 이는 질곡의 역사를 산 공옥진에 대한 마지막 인사이면서 살아 있는 자들의 한풀이며 스스로 안녕을 비는 씻김으로 나타난다.
이번 공연은 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공옥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에 대중에게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공옥진의 생애만을 다룬 작품이 아니기에 새로운 담론도 존재한다. 게다가 소리와 춤이 분리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융화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관객에게 만족감을 준다. 이나래의 소리는 전달력이 뛰어났고, 류장현과 친구들의 무용은 역동적이면서도 표현적이었다. 이와 반대로 자막은 외국어로만 존재하여 국내 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 구조적 아쉬움도 존재하였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제공_ 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