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인 지박의 연주가 흐르고 순백의 옷을 입은 남녀 무용수가 등장한다. 이들의 의상은 결혼에 대한 상징성을 담아 남녀의 움직임도 부드러우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혼인은 가정을 이루는 하나의 출발점임과 동시에 남녀가 만나 또 다른 사회를 이루는 계기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행복은 잠시 뿐이며 현실로 돌아와 갈등의 연속이고, 옷을 찢고 벗으며 사회적 몸짓으로 나아간다.
이어 격하고 묵직한 첼로음과 함께 집단의 일원들은 획일화되어 있는 어두운 색조의 재킷을 입고 전투적인 사회 분위기를 암시한다. 여기서 이들은 따돌림을 하기도 하고, 달리며 밀고 넘어지고 서로 앞서려 하는 등 인간군상의 일상적 행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재킷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려 한다. 그렇지만 일렬로 늘어선 줄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자신을 드러내려 과도한 움직임을 보이고, 사방형의 불안정한 높이의 바닥을 오르면서도 다른 이가 오르는 것을 막는 등 앞서의 행위에 비해 더욱 노골적이다. 이러한 행위는 옷에 이름표를 붙이고 떼고 하는 놀이적 요소를 드러내며 이완적 구조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경쟁과 남을 딛고 일어섬 등 여러 사회적 담론을 여러 무용수의 개성적 몸짓을 보이면서 지금 이 순간 여러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소통하려 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흐름에 있어서나 주제의식에 있어서 무엇을 전해주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고 표현 방식도 크게 어렵지 않다. 이는 명확한 주제의식에 대해 정답 없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기저에는 안정적인 무용수들의 정형화된 몸짓이 이러한 흐름에 도움을 주었다. 안정적인 흐름의 전개는 그동안 유빈댄스프로젝트와 이나현 안무가가 보인 작품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번 작품에서는 기승전결의 흐름 속에서 이미지적 표현에서는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만 담담한 정조로 일관하다보니 긴장과 이완 혹은 관객에게 집중할 표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의식은 현대인의 획일화된 기호화나 집단적 양상을 드러낸 점에 원인이 있을 듯 하다.
글_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