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개인에 대한 자유로운 통찰 - ‘차세대열전 2018!’ 중 이주성의 〈전라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인 <차세대열전 2018!>이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이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연극, 무용, 음악, 문학, 기획, 무대예술 등 문화예술 각 분야의 35세 이하 유망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무용분야는 2~3월에 집중되어 있었다. 필자는 그중에서 김요셉과 이주성(216~17일 아르코소극장), 전보람과 김봉수(222~23)의 작품을 관람했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작품은 주제에 대한 고심과 연구의 흔적이 엿보였고 각자의 개성은 부각되었으나 특별한 임팩트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필자는 그중에서 이주성의 공연에 집중했다.





 

  이주성의 <전라도>는 가장 안무자의 개성이 돋보인 작품이다. 임진호가 협력연출을 맡은 가운데 자신을 찾아 떠난 도시 안의 순례여행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여행하게 될 지팡이에 이름을 붙여주는 부분은 존재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었다. 왜 전라도인가라는 의문에 비교적 척박함과 아픔의 땅, 현대사에서 부끄러운 과거를 간직한 곳에 대한 통찰이 아니었나 싶다. 전개과정에서 그가 사용하는 여러 소품들(크리스마스트리, 옷걸이 등)을 타인의 목소리로 소개하고 그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분절적이며 유연한 언어로 움직였다. 움직임의 연결성이 좋고 사물과도 자연스럽게 연동되었으며 계속 이어지는 장면들에서 그 접점이 조화로웠다.





 

  춤에 있어서 과장된 표현이 없고 춤이 끝나고 바지를 걷어내려 하체 뒷모습을 보일 때 까마귀 울음소리, 나체에 트리나 자신의 셔츠를 작게 접어 주요부위 가리기, 긴 봉을 사용해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고블린 특유의 유우머 코드를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물의 사용이 길어지면서 흥미가 반감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빨라지는 음악에 기존동작의 빠른 반복이 이어졌고, 후반부 다시 엉덩이를 보이며 엎드려 머리를 푼 상태에서 지팡이로 한번씩 바닥을 치면 다른 영상이 바닥에 보였다. 풀어헤친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지팡이로 바닥을 치며 하나씩 전진하다 거의 암전 때 다른 인물이 등장해 바지를 내리는 엔딩장면에서 부끄러움은 극복되고 여행은 계속되는 것일까?




 

 

  비교적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성을 지닌 전라도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춤어휘는 간결했기에 편안하게 관람 가능했던 공연이었다. 이주성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본인의 개성을 독자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