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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발레축제③ 슬럼프에 빠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는 매년 초청 무용수들의 이름을 확인하며 해외에서 활동하느라 국내에서 자주 기회가 없는 무용수들의 현재를 확인하는 무대인데, 올해는 공동주최 공연으로 발레축제 프로그램 안에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라는 타이틀로 무대도 CJ토월극장으로 옮겨져 공연되었다.

  올해의 무용수로는 보스턴발레단의 수석무용수들인 한서혜와 채지영, 그들의 파트너로는 같은 발레단의 패트릭 요컴과 데렉 던이 함께했으며, 독일 라이프치히발레단의 조안나, 독일 에르푸르트탄츠테아터의 이루마,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발레단의 타티아나 텐과 카즈벡 아크메댜로프가 초청되었다. 영스타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민세연, 계원예술고등학교의 서혜승, 선화예술학교의 이승민, 서울예술고등학교의 최지현이, 우수작품으로는 케이아츠(K-Arts)발레단의 〈Inspiration V〉,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의 〈The Seventh Position〉이 초청되어 관객들과 만났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 중 케이아츠(K-Arts)발레단 〈Inspiration V〉


  축제 내의 한 프로그램으로 편입되어서인지, 단독 공연으로 진행된 다른 해의 프로그램보다 초청된 무용수의 숫자가 줄어들며 작품의 수도 덩달아 줄어들었는데, 프로그램 구성은 이틀에 걸쳐 나눠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다른 해에 한 명의 무용수 또는 한 커플이 두 개의 작품을 준비해 1부와 2부에 한 작품씩 올리던 것을, 이번 공연에서는 첫째 날과 둘째 날에 각각 한 작품씩 공연하는 방식이다. 한 작품을 준비한 이루마와 조안나는 이틀간 같은 작품을 공연했다. 

  그리고 한서혜와 채지영 역시 프로그램북에 공지된 것과 달리 두 작품을 선보이려던 것을 한 작품으로 변경했는데, 아마도 기획공연으로 준비한 〈PAS/Parts〉까지 세 작품을 다 보여주는 것이 무리가 되어 변경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적은 수의 작품을 이틀에 걸쳐 나눠놓은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작품으로 초청된 두 단체는 이틀간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고(동어반복이지만 ‘우수작품’으로 초청되었기에), 해외 초청 무용수들은 다섯 팀 중에서 네 팀이 같은 작품을 공연해 이틀간 다른 작품을 선보인 것은 카자흐스탄에서 온 타티아나 텐과 카즈벡 아크메댜로프뿐이었다. 초청 영스타 네 명은 두 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솔로 한 작품씩을 이틀에 걸쳐 공연했다.

  처음의 기획의도는 공연 첫째 날과 둘째 날을 각각 다른 레퍼토리로 구성해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려 했을 터이나 의도와 달리 양일간의 공연을 변별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출신이 아닌 해외 무용수(이들이 외국인 무용수임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공연의 타이틀이 ‘한국을 빛낸 해외무용스타’임을 상기한다면 엄밀히 말해 이들은 공연의 주역이 아니기 때문이다)와 초청 영스타의 작품뿐이었다. 

  차라리 레퍼토리 구성을 통일하여 이틀 내내 12편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여느 해의 공연 형식에 보다 근접했으리라는 구성 면의 아쉬움이 들었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 중 
타티아나 텐과 카즈벡 아크메댜로프의 〈Love Fear Loss (Mon Dieu)〉


  가장 눈에 띄는 무용수는 단연 채지영으로, 그가 준비한 작품은 〈나폴리〉 중에서 ‘겐자노의 꽃 축제(Flower Festival)’였다. 국내 무대에서 부르농빌의 안무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문 편인데, 부르농빌의 안무는 러시아 스타일의 고난도 테크닉을 과시하지는 않지만 러시아 발레와는 몸을 쓰는 방식이 다르고 발의 테크닉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채지영은 정확한 포지션과 깔끔한 테크닉, 가벼운 움직임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컨트롤하면서도 목가적인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는데, 특히 그가 점프하고 나서 발을 5번으로 완벽하게 닫은 채 착지하는 모습은 객석에도 커다란 쾌감을 전달했다. 파트너인 데렉 던 역시 뛰어난 발 테크닉은 물론 채지영과의 끈끈한 호흡으로 안정감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 중 이루마의 
〈Konsequenzen〉


  공교롭게도 올해 여름에는 ‘한국을 빛내는’, 즉 한국 출신으로 해외 발레단에 입단해 활동하는 무용수들이 아닌, 해외 발레계의 스타들의 갈라 공연이 차례로 예정되어 있다. 로열발레단의 마리아넬라 누네즈나 바딤 문타기로프, 볼쇼이발레단의 예브게니아 오브라초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아망딘 알비숑, 오드릭 베자르,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브루클린 맥 등이 내한하며, 이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무대를 거친 바 있는 한서혜, 김민정, 이수빈, 최영규, 안재용 등의 무용수들도 함께한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 중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의 
〈The Seventh Position〉


  이 무대를 거쳐간 무용수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지만 이제 한국 출신으로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해 활동하는 해외 무용수들의 숫자는 너무 많고 그들의 이름은 언론매체에 자주 오르내리던 초창기 개척자들에 비해 발레 관객들과의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있다. 한국이라는 발레 변방국 출신으로 해외 진출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데 박수를 보내며 같은 국민으로 자부심을 느끼던 시절도 지났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무대가 쌓아올린 역사는 긍지를 가질 만하지만 이제 타이틀과 내용에 대해 되돌아볼 시기가 되지 않았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글_윤단우(무용칼럼니스트) 
사진제공_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