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꾸준한 노력으로 한시적 반짝임보다는 긴 호흡이 기대되는 어수정의 공연이 8월15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있었다. 어수정안무스파크Ⅰ <소소한 시도(Petit essay)>는 그녀의 학구적인 태도와 때로는 건조한 듯 느껴지지만 그 내면에 위치한 열정의 결과물이었다. 탐 특유의 조직적인 움직임보다는 절제되면서도 일상의 현상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과정이 조금은 색다른 모습이었다. 제목에 그대로 반영된 듯 무용수들과의 공유된 생각, 춤 제작과정에의 동참, 거창한 결과나 비약적 변화보다는 행위와 과정이 내포하고 있는 참된 의미를 찾는 작업은 그녀의 소소한 시도였고 작은 에세이였음에 분명했다.
이번 작품은 M, Tufnell & C. Crickmay가 지은 ‘Body, Space, Image’의 국내 편역서인 조은미 선생의 『떠오르는 이미지』 중 텍스트 일부를 발췌해 즉흥과 구성, 한 공간에서 무용수들과 다르게 결합하는 시도들로, 그 발전과정이 시각적으로 전개되었다. # take 1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음향과 흘러내리는 큰 커튼을 연상시키는 영상, 어둠 속에서 기이한 움직임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후 #take 2, 3으로 이어지면서 사각큐브가 매달린 푸른 공간에 큰 베개를 사용해 움직임을 만들기도 하고 작고 좁지만 높은 의자를 다채롭게 이용해 구조를 형성하기도 하고 텍스트가 담긴 영상과의 대화, 추상적인 느낌의 장면 등으로 안무자 어수정을 포함해 5명의 무용수들(김유진, 김시현, 김은정, 이아인, 백수연)이 변화되는 신체와 공간, 이미지의 과정을 구현했다.
감각적인 영상과 여러 오브제의 사용, 다각도의 움직임 조합, 사유를 요구하는 파편적 이미지들, 텍스트와 신체 움직임의 소통을 통해 안무자는 컨템포러리댄스가 추구하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탈장르적이고 융복합적인 양상을 시도하고 있었다. 또한 어느 하나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도모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색깔을 찾고자 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증폭되는 에너지, 감각과 생각들의 조율, 뒤얽힌 이미지들의 질서찾기, 부유와 균열의 과정 반복 등이 안무자가 의도했던 안무인 만큼 한 작품에 많은 것을 담고자 하는 열의가 전체적 통일감을 방해하는 요소도 없지 않았으나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였다.
결국 <소소한 시도(Petit essay)>는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모든 일을 책임감 있게 진행해가는 안무자의 성품을 춤에 담고 있었다. 발걸음을 떼고 작은 수필 하나를 완성해나간 만큼 앞으로 쌓일 소소한 시도들이 장편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현대무용단 탐 어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