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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인 경기도립무용단의 변화를 기대하며 - 경기도립무용단 〈토요상설무대〉

경기도립무용단이 2019년 큰 변화를 맞았다. 1993년 창단된 경기도립무용단은 2001년부터 10여 년 넘게 조흥동 예술감독이 재임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도립무용단으로 성장하였고, 2003년부터 상임안무가로 활동하다 2015년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김정학에 의해 앞서의 토대가 더욱 다져지며 창작과 전통을 겸비한 경기도립무용단만의 고유성을 확립하여 왔다. 그런데 2019년 김충한 예술감독이 취임하면서 경기도립무용단의 색채 변화는 물리적으로 당연한 것이고, 경기도립무용단의 변화는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다.




  경기도립무용단은 그동안 <달하>, <황녀 이덕혜> 등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한국무용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고, 조흥동, 김정학 두 예술감독의 영향 아래 전통춤 레퍼토리 공연도 양질 무대를 선보이며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결과는 <천년의 유산>과 같은 전통춤 레퍼토리 공연이 지속적으로 펼쳐졌고, 매해 상설공연 무대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여 왔다. <토요상설무대>는 2019년 5번 공연되는데 특히 8월 17일 하반기 공연은 경기도립무용단의 새로운 수장인 김충한 예술감독 취임 이후 첫 번째 이루어진 상설무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러한 점은 김충한의 레퍼토리가 경기도립무용단에 어떻게 수용되는지 혹은 어떠한 점진적인 변화를 보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토요상설무대>(경기문화의 전당 소극장, 2019.8.17.)에서는 ‘태평무’, ‘아박무’, ‘진도북춤’, ‘연정가’, ‘검무’, ‘탈의 고백’, ‘요고무’, ‘모듬북’이 공연되었다. 이중 ‘연정가’, ‘탈의 고백’, ‘요고무’는 김충한 예술감독의 전통창작 레퍼토리의 일부로 앞으로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레퍼토리였다. ‘연정가’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사랑가’와 다르게 고풍스럽지만 동시대적 요소가 드러나면서 우아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은 김충한 안무의 모티브 중 하나인 사랑 이야기의 결정체이다. 그동안 그가 안무한 <미소춘향>, <아리울 스토리> 등과 같은 작품들이 사랑 이야기에 기저를 둔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중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무용극 작품군의 短形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탈의 고백’은 봉산탈춤을 해체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든 작품으로 탈춤에 담긴 사회비판 의식이나 해학보다는 이면에 놓이는 실존적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측면은 그가 전승하고 있는 <가사호접>이나 전통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안무철학과 맞닿은 부분으로 앞으로 정형화된 전통춤보다는 전통창작의 새로운 담론을 중심에 놓고자 함이 엿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요고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동안 장구춤의 기본적 형태에 익숙한 대중에게 요고무는 새로운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경기도립무용단의 큰 매력 중 하나인 여성무용수들의 고른 기량이 그대로 수용되고 펼쳐져 앞으로도 고정 레퍼토리로 가능성을 충분히 열고 있다. 그 밖의 ‘진도북춤’이나 ‘검무’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변용을 보였다. ‘진도북춤’에서는 남녀 무용수 그리고 풍물놀이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고, ‘검무’는 정재에 근원을 두기보다는 장검무의 형태를 취하며 역동적인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었다.




  이렇게 상설 레퍼토리 공연이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경기도립무용단의 미시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우선 전통 창작춤의 형태가 중심을 이룰 듯 한데 이러한 측면은 조흥동, 김정학 예술감독에서 아주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김충한 예술감독 스타일이 점진적으로 경기도립무용단을 통해 조화를 이루며 레퍼토리로 확립될 듯 하다. 이러한 측면은 앞서 두 감독에 의해 토대를 닦은 단원들에 의해 무리 없이 연착륙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주 전통적이거나 아주 동시대적인 느낌보다는 두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군이 경기도립무용단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듯 하다. 이러한 부분은 이미 무용극 특히 장기 상설공연을 통해 대중이 좋아하는 바를 인지하고 있는 신임감독의 경험을 통해 투영될 것이다. 이는 전통춤 레퍼토리 공연 뿐만 아니라 창작 무용극에서도 나타날 듯 한데 이러한 측면은 앞으로 전통과 창작에서 모범을 보여준 경기도립무용단의 점진적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제공_ 경기도문화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