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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전통춤의 맺음과 풀림 - 임수정 전통춤판 〈춤푸리〉

임수정 2019 전통춤판 <춤푸리>(한국문화의 집, 2019.10.17.)가 공연되었다. 이번 춤판은 ‘춤푸리’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풀림이라는 측면에 집중한 공연으로 춤꾼의 18번째 개인 전통무대였다. 먼저 18번째 개인 전통춤판을 벌였다는 측면에서 상찬할 일이다. 그것도 승무, 살풀이, 제석춤을 오롯이 홀춤으로 추고, 진도북춤은 후학들과 함께 하여 의미 있는 구성을 보였고, 초청 무대도 허투룬 레퍼토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풍성함을 보여주었다.  





이날 공연은 판열음(승무), 축원의 장(축원비나리, 제석춤), 해원의 장(고풀이춤, 살풀이춤), 신명의 장(설장구, 까탁 댄스, 진도북춤)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이는 기승전결의 구조로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기운을 청신(淸新)하게 하고, 살아있는 자들의 안녕을 빌면서 여러 영혼의 맺힘을 풀고 이를 신명으로 나아가 인생의 일상적 패러다임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먼저 그의 스승인 이매방류 춤인 승무와 살풀이춤을 공연의 중심에 두었다. 이매방류 춤의 특징으로는 음양의 조화를 이룬 춤사위를 들 수 있다. 이는 흔히 ‘대삼소삼’이라는 말로 이매방 춤을 이야기하는데 예를 들어 움직임에서 큰 동작이 있으면 다음에서는 작은 동작으로 이어지거나 교방춤에 연원을 두기에 은형의 미학 속에서 교태미를 은연중에 드러나는 모습에서도 구현된다. 임수정은 이러한 춤의 형태를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문질의 조화를 통해 다른 형상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변별적이다. 이는 이매방의 춤을 답습하여 정형화하는 것이 아닌 개성에 맞는 표현을 통해 이매방류 승무 그리고 살풀이춤에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의 춤에서는 유려함보다는 단백함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할 수 있다.





이매방 춤이 공간적 양식미가 특질이라면 또 다른 스승인 박병천의 춤은 순간적 본성과 감정을 통한 즉흥미가 돋보이는 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무대에서 임수정은 이러한 본성과 감정의 맺음과 풀림 속에서 또 다른 양식미를 드러내고자 한다. 제석춤에서는 제의적 측면이 강하면서 역동적인 춤사위의 특질을 보여주고 있지만 빈틈없는 구성을 통해 하나의 전형성을 완성하고자하는 의지가 보인다. 원래 제석춤은 진도씻김굿의 제석놀이에서 파생된 춤으로 무대공연예술로 원래는 집단적 신명성과 현장성이 강한 춤이지만 이 무대에서는 공연예술로 정제된 모습을 보이면서 제석춤이 가지는 미학적 전범(典範)을 드러낸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을 장식한 진도북춤은 또 다른 맺음과 일상성을 드러낸다. 앞서의 풀림이 맺힌 것에 대한 해소였다면 이 진도북춤은 신명을 통한 울림을 통해 다시 텐션, 긴장이 이루어지고 그 경계에서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고 있다. 게다가 진도북춤은 민속의 기본적인 속성인 대동을 이루며 하나의 집단적 신명성을 이루는 것이 특질로 이 무대에서도 관객과 그런 흥을 공유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 진도북춤의 확장성을 보인다. 그는 박병천 춤의 전승에 앞장 서는 인물 중 한명으로 이러한 모습은 박병천 춤을 또 다른 세대에 전승하는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매년 그의 무대에서 초청 공연도 흥미롭다. 항상 앉은 반에서 춤 장단을 하던 유인상의 설장구도 관객에게 색다름을 주었고, 아미트 긴치의 인도 까탁 댄스도 새로움과 함께 또 다른 흥을 관객에게 선사하였다.





임수정은 이매방, 박병천 두 스승의 춤을 전승하면서도 개성을 분출하는 특징을 지닌다. 게다가 제자들에게도 그 원형과 전형을 알리는 매개자의 역할을 자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무대는 스승의 춤을 다듬어 무대공연예술로 정제시키는 또 다른 문턱으로 의미를 지닐 것이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전통춤예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