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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현실, 상상 그 경계의 일상적 놀이판 - 리케이댄스 〈판〉

 

 봄을 지나 여름도 코로나19로 인해 무대공연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저 간헐적으로 축제 성격을 띤 행사들이 축소, 제한되어 펼쳐질 뿐이다. 게다가 2020년 6월 현재 수도권의 국공립 문화예술 기관은 휴관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여러 단체에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형식도 대부분 국공립 단체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고, 개인 단체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비용의 문제나 전문적인 방식 등에 아직까지 익숙하지 못함에 기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몇몇 기관에서 온라인 공연을 지원하여 예술인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2020 신한카드 후원 서울문화재단 메세나사업도 그러한 제도 중 하나다. 이 사업은 긴급예술지원과 온라인콘텐츠 제작을 돕고, 신한카드 판스퀘어 공연장과 무대 장비 그리고 공연 콘텐츠 제작, 송출 등에 도움을 주어 창작자들에 효율적 구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경은 안무, 리케이댄스의 <판>(2020.6.12., 신한카드 판스퀘어)도 그러한 환경 아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대는 원 모양의 노란 큰 천이 놓여 있고, 여기에 무용수들이 모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 주위를 앉아있던 한 명이 한 명이 연결되어 구조를 만들다가 흐트러지고 다시 무리를 형성하기를 반복한다. 이어 그 노란 천 안으로 무용수들이 들어가 다시 그 숨김의 공간 속에서 구조가 형성되다가 노란 천의 제한적 공간이 없어지고, 다시 인식된 이미지로 그 천을 통해 형성화를 이루면서 변형을 만든다. 이렇게 서두에서는 제한된 공간 속 정형화된 이미지의 재현과 관계의 연결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여기서 제목으로 제시한 ‘판’에 대한 의미가 부여된다. ‘판’은 일시적이며 공간적 행위의 바탕이다. 이것이 유형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경계를 뛰어넘는 무형의 확장성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산할 공간이다. 그래서 보이는 경계는 형이상학적 인식 속에서 경계 없음을 지향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무용수들은 대립적 양상을 통해 충돌을 만들고 서로 뺏고 뺏김 그리고 변용된 색감 속의 천 등이 등장하여 포용이 아닌 장애적 요소로 변환을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이러한 충돌 이후 이어지는 무용수의 독무는 몽환적인 상상의 세계로 꿈속을 걷듯 자유로우면서도 유형적이다. 여기서 변용된 원형의 천은 천체를 상징하여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며 이러한 분위기 속 군무는 유영적 동작을 그려내거나 조직적인 움직임을 형성하며 자유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무대도 평면이 아닌 계단식으로 이중 구조를 띠면서 현실과 몽환으로 나누어 양가적 의미를 두고자 한데서 비롯된다.




  이어 여러 색깔의 천을 무용수들이 각각 가지고 자신의 공간 속에서 일치된 움직임을 보이다가 다시 열린 공간 속에서 난장이 펼쳐지며 엑스타시로 이끈다. 이렇게 현실과 공상 그리고 경계의 공간에서 일상적 놀이를 펼쳐 보이고 그러한 열정 뒤 모두 각자의 경계 안에서 안식을 얻으며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김홍도의 그림 ‘씨름’을 모티브로 한다고 소개에 짧게 적어 놓고 있다. 아날로그적 소개, 팸플릿이 없으니 이를 간과한 대중들도 있었을 텐데, 이러한 관객은 그저 안무자가 의도한 무용수의 움직임에 의해 그 느낌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시적 텍스트와 선험적 모티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는 서사구조의 인과성이나 완결성의​ 매끄러움에 비롯되며 안무자가 김홍도의 ‘씨름’에서 느낀 감정을 체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펼치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든데 기인한다. 무대는 무형의 공간에서 화선지에 색감을 입혀 여러 이미지가 공감각적으로 살아있고, 무용수들의 호흡과 열정 등이 온라인 공연임에도 가깝게 느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무용수의 자율적 움직임과 함께 생음악으로 연주된 타악과 일렉트릭 기타의 고조도 도움을 주었다.


  부언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무대공연예술이 면 대 면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온라인 공연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극장에서 보는 것만큼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소통의 문제와 질감의 문제라는 양극에서 논의될 수 있다. 질감의 문제는 결국 카메라 워크 등 기계적 문제에서 비롯될 듯하다. 아직 임시적이고, 경계적인 작업이지만 무대공연계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이 공연은 그나마 이러한 지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공연으로 만족감이 높았고, 극장에서 다시 보고프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리케이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