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주의와 관련된 인간의 허영, 욕망 그리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이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들을 제시한 이 무대(3월 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그리 특별한 주제가 아님에도 빈곤하지 않은 소재들로 가득 채우며 이 공연만의 특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르코 대극장의 천정을 뒤덮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조명은 조명의 역할만이 아닌 주제를 부각시키는 오브제가 되었다. 그동안 보석을 소재로 한 공연들이 보석 빛깔의 아름다움에서 긍정적 영감을 얻었다면 이 공연은 보석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활용했다. 허영의 상징 다이아몬드,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다이아몬드이지만 공연의 제목 ‘가짜 다이아몬드’가 말해주듯 이 공연의 화려한 무대는 보석의 아름다움에 대한 반어적인 예찬이었다.
전반부는 인간의 욕구를 추상화된 이미지로 표현했고, 후반부는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시켜 실제 사건을 풍자하고 있다. 2013년에 같은 제목으로 단막 공연을 올렸으나 이번 2015년 버전에서는 1부와 2부로 나뉘며 중간에 공연을 삽입했다. 막간 공연은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공연장의 로비에서 전시 형태로 진행되었다. 극장의 로비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형상이 전시되어 있고, 그 앞에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는 황금 빛깔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격렬하게 춤을 춘다. 천정이 높은 아르코 대극장의 특성을 활용하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중간과 2층에 두 명의 공연자를 배치해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2부 공연의 캐릭터들을 미리 관객에게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다음 공연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장치였다. 안무가는 아르코 대극장의 로비를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여 이 작품의 제목인 다이아몬드 모형을 전시함으로써 공연의 메시지를 다소 시위적으로 표현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노린듯하다.
1부의 시작은 움직임보다는 이미지로 공연의 서사를 표현한다. 차가운 금속성 느낌의 미디어 이미지다. 신체의 특정 부위를 과장하여 풍자적이며 희극적으로 표현된 인물은 비현실적이며 환상적이다. 인간의 심리를 비구상의 형태로 암시적으로 형상화했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보여준 과장되고 추상화된 이미지 표현과는 달리 황금빛 의상, 모피 등 직접적이고 설명적으로 상황들을 묘사한다. 1부에서 제시된 다소 상징적인 명제들이 2부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막간 공연의 의도와는 달리 2부에 이르러 감상의 흐름이 깨지면서 몰입도가 낮아졌다. 2부의 공연은 전반부에 비해 다소 산만하다. 2부의 역동적이며 리드미컬함은 1부의 정돈된 움직임에 비해 더 생동감을 주어야 마땅하지만 주제를 드러내려 애쓰는 갖가지 설정들이 이야기의 구심점을 혼잡하게 흩어놓았다. 혼합된 문화, 혼합된 매체들이 무대에서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꽉 찬 무대는 여백의 미가 아쉬웠으며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차게 달리는 공연은 관객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무용수들의 세련된 움직임은 이 공연을 매끄럽게 이어가는 윤활유였고, 천정의 조명이 적절히 디자인 되어 빛의 역할이 공연에서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빛의 비중이 과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신선함이 사라졌다. 공연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어디선가 얻은 영감이 새로운 조합으로 재탄생하면서 끊임없이 보태고 더해지는 것이 창작이 된다. 이 공연 역시도 어디선가 느꼈을만한 감각을 새롭게 일깨우는 가운데 이 공연만의 아우라를 불어넣어 주었다.
글_ 서지영(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기)
사진_ ⓒKIMWOL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