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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경계 허물기에 대한 실례(實例) - ‘ASAC 몸짓콘서트’

 2013년 안산문화재단이 제작한 ‘ASAC 몸짓콘서트’가 그 인기에 힘입어 3월 13~1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안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가 함께 주최했는데 '댄싱 9’의 힘이 이 정도였나 싶게 작년에 이어 매진을 기록하는 위엄을 보였다. 늘 공연장에 무용계 인사들과 학생들로 가득 찬 모습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일반 관객들로 꽉 찬 무대는 매스컴의 위력을 알려주는 동시에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강조하는 순수무용계에 이처럼 많은 관객과 매진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공연은 김보람이 안무를 맡고, 5명의 무용수(장경민, 정성태, 이은경, 박수인, 구교우)가 참여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Body Concert>로 그 첫 막을 열었다. 이들은 개별적으로도 훌륭한 춤솜씨를 가지지도 했지만 넘치는 끼와 흥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가장 원초적인 신체의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들의 주장처럼 독특한 개성과 대중적인 안무는 춤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원초적이며 솔직한 소통의 도구라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고, 작품을 통해 예술적 메시지나 의미전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신체”가 보여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음악과 춤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언어임을 표현하고자 의도했다. 안무자 김보람은 스스로 작품이 ‘예술적’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았고 <Body Concert>는 그냥 “춤”일 뿐임을 강조했다. 클럽을 연상시키는 시끄러운 음악과 화려한 옷차림, 무용보다는 춤에 가까운 몸짓들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자체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는 유희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최수진 댄스컴퍼니는 이번 공연에서 <gription>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gription>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처하기 위해 무질서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감성과 이성의 끝없는 저울질로 현실의 갈등과 수용이 곧 삶의 실제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녀는 해외에서 앨빈 애일리 학교(Alvin Ailey School) 장학생, 뉴욕 현대무용단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company)’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 등으로 그 화려한 이력을 과시하며 미술, 패션, 필름 등의 영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현대무용가 남진현과 함께 호흡을 맞춘 무대는 두 사람의 듀엣이 한편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특히 그녀가 지닌 감정을 서정적으로 드러내는 탁월한 표현력, 여성스러우면서도 유연한 우월한 신체조건이 남진현과의 호흡을 통해 그 흡입력이 배가되면서 추상적이지만 정서가 전달되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작품의 절정부분이 대두되지 않아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밀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아쉬웠다.




 김설진, 남현우가 공동안무한 <안녕 에피소드>는 역시나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무용가 김설진, 남현우 외에 정종임이 함께 했다. 그들의 주제는 ‘안녕’은 만남일까 헤어짐일까? 떠나는 사람에 인사일까 남겨진 사람에 인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삶의 여러 측면들을 무겁지 않게 다뤘다. 한국무용에 기반을 둔 남현우의 영향력이 보이는 부분에서는 한국적 춤사위나 흐름이 엿보였고 동시에 사각형 박스 구조물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동물의 왕국의 내레이션, 베게싸움, 서로에게 물 뿜어내기 등 다양한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중간에 발레 음악, 하우스, 국악이 뒤섞이며 기마병 등장 음악에 베게를 말 삼아 타기도 하고 박스 구조물이 여러 형태로 변형되면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무용수들의 기량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장면장면의 연출과 연극적 요소들이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형태의 구조였다.




 마지막을 장식한 LDP무용단의 <No Comment>는 국내외 여러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단의 하나로 자리잡은 가운데 그 멤버들인 류진욱, 안남근, 윤나라, 천종원, 김성현, 임종경, 강혁, 이정민, 정건이 출연한 공연에서 때로는 침묵이 어떠한 설득보다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함을 신체언어로 강렬하게 표출했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특히 가슴 치는 동작을 통해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했고 심장의 자극이 에너지의 역동적인 자극과 파생 에너지를 생성해냄을 보여주었다. 탁월한 기량과 남성들이 뿜어내는 파워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만 했다.


 우리 무용계는 늘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ASAC 몸짓콘서트’가 갖는 의미는 외부의 눈으로 봤을 때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티켓파워를 가지고 무용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을 친근하게 무용계의 장으로 이끈다는 긍정적 측면을 분명히 지녔다. 반면에 오늘 안무와 출연을 했던 뛰어난 무용가들이 자신들의 훌륭한 기량과 능력만큼 공연 예술의 질적 향상과 국내 문화예술전달자로서 소임을 다하는 과정이 앞으로도 더욱 요구되고 기대되는 무대였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안산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