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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현대인의 불안과 희망의 조감도 - 김나이 무브먼트 콜렉티브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코로나 19로 공연계의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부단히 일어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무용에 있어서도 차 안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방식의 현대무용 공연이 처음 시도되었다. 성균관대 무용학과 김나이 교수가 주축이 된 ‘김나이 무브먼트 콜렉티브(NKMC)’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라는 제목으로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야외 주차장에서 무대를 펼쳤다. 차량 20대로 한정된 공간 속에서 기존 자동차극장을 상상했다면 실제 무용수들의 공연을 통해 영상을 통한 현장성 부재는 극복하고 차 안에서 관람함으로써 안정성은 확보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모습이었다. 새로운 실험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기 마련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공연은 2016년 그녀가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중 하나로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라는 제목으로 초연했던 바, 새롭게 장소특정형 공연의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출연자 고흥열, 김규원, 김나이, 김명선, 김미희, 김상각, 김수빈, 박상준, 양진영, 윤태영, 이수연, 정수동, 조선재는 ‘골목길 아해들(아이들)’이 되었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 시제1호’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1930년대 식민지 시대의 삶을 현대화하고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무용수들의 자유롭지만 동시에 불안한 움직임은 식민지 시대와 다른 시공간이지만 유사한 삶의 궤적을 다뤘다. 오늘날 우리의 군상들 역시 정확한 방향성도, 삶의 의미도 모호한 가운데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호 

 

 

  공연 전 관객들은 핸드폰을 조절하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다.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과 어둑어둑해지는 풍경에 무용수들이 전진, 후진하며 질주하는 모습은 분주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핸드폰 화면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도록 공연을 진행해 새로운 시각을 열었고, 카메라 시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감도’의 인상은 전지적 시점이라고 볼 수 있었다. 때로는 핸드폰 화면과 동일하고 때로는 미리 촬영했는지 화면에는 없는 차량들이 눈앞에 위치하면서 이중적 공간성이 낯설다. 낯설기에 상상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움직임과 구성에 있어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각자 나름의 어휘로 쿨하게 움직이며 진행되었다. 특별한 구성은 없었지만 뭉치고 흩어지는 모습에서 무질서 속의 질서를 갖고 장소의 특성을 잘 살렸다. 또한 음악과의 관계에서도 너무 감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점층적 구조로 발전시켰다. 반복적인 움직임 구와 지속적인 에너지의 흐름이 후반부까지 지속되면서 좋았다. 안무자 김나이도 무용수들과 동화되면서 누구랄 것 없이 마스크를 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역동적이면서도 깔끔하고 감각적인 구성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사구조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상의 시가 갖는 난해함을 움직임을 바탕으로 보완하고 있었고, 프로시니엄 무대가 갖는 제한된 시선이 아니므로 소통이 용이했다. 

 

 ⓒ장호 

 

 

  반면 안무자의 의도와는 달리 장소특정형(site-specific) 공연이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장소특정형 공연은 기존 공연장을 벗어나 공간의 새로운 확장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물론 공연장을 벗어났다는 측면은 있으나 참여의 기회는 없었고, 또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환경적, 지리적 배경과 그밖에 공간이 가지고 있는 소스들을 함께 조합해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단순히 야외주차장을 도로로 사용한 데 그쳤기 때문이다.   

 

ⓒ장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무용계에 주축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안무자 김나이는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이름을 각인시킬 듯하다. 2016년 공연 당시보다 명확한 주제의식, 장소의 활용, 완성도, 새로운 시도,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13인의 ‘아해들’을 통해 희망의 불꽃을 잡아보려는 인간의 노력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적절하게 구현되었기에 앞으로도 안무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김나이 무브먼트 콜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