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에게도 작가라는 이름이 붙여진 춤작가전이 4월 13일~18일 동숭아트센터에서 29회를 맞이하였다. 1987년 이래 춤의 연륜과 장인 정신을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무대를 계승한 춤작가전은 예술품을 창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작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여느 춤 공연과는 다른 매력과 연륜 있는 춤을 접하면서 춤 공연에 대한 시각이 변했으나, 이번 무대에서는 협회장의 인사말에서와 같이 세대교체가 확연히 드러나는 공연이었고 춤작가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4월 15일~16일 공연은 김남용의 <먼>, 천성우의 <類를 이루는 사람6-빨간 피터의 고백>, 최소빈의 <2015 Lady in Red>, 남수정의 <청춘무명(靑春無名)>이었다. 김남용의 작품 <먼>은 인생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으로 공허함과 허무 등의 내용을 의도한 것 같았으나 가면을 착용함으로 인해 표현력 전달이 제한되었고, 반복되는 단조로운 음악과 무대장치는 작품과의 연관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작품이 전개되면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저버렸고, 안무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 희미하게 미궁으로 빠진 단조로운 무대였다. 천성우의 작품 <類를 이루는 사람6-빨간 피터의 고백>은 현실과 환상을 복잡하게 혼합시킨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소재로 한 안무자의 <類를 이루는 사람> 시리즈 작품이었다. 추송웅의 유명한 모노드라마 <빨간피터의 고백>으로 친숙해서인지 이 작품은 시작부터가 연극무대로 다가왔고 작품이 전개되면서 무대는 울고, 관객은 웃는 광경이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을 연상시켰다. 무엇보다도 무대에서 객석으로 자유롭게 다니는 출연자들을 통해서 무대공간의 경계가 무너져서인지 산만한 분위기의 무대는 춤작가의 공연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마당놀이와 같은 인상이었다.
최소빈의 작품 <2015 Lady in Red>는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한 작품으로 발레와 현대, 한국적인 음악을 통한 부조화 속의 조화를 꾀하였다. 발레의 특징인 선과 포즈의 미학을 극적 효과로 이용하였지만 표현력 강한 음악에 밀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음악에 얹혀가는 느낌이었다. 남수정의 작품 <청춘무명>은 청춘의 찰나를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다. 작품 도입부의 내레이션은 무용수가 표현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집중하려는 시선을 분산시켰고, 결국 청각적 요소인 내레이션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연상(聯想)하게 하였다. 반면 작품 후반부에서는 안무자의 창작 능력을 통한 의미전달이 강하게 다가오면서 작가로서의 자존력,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무대였다.
이번 무대는 작품마다 안무자의 색깔이 뚜렷하게 나타난 차별화 된 무대로 표현력 강한 음악의 청각적인 요소와 무대장치와 의상, 분장 등의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에 안무자들의 노력은 엿볼 수 있었으나, 이러한 노력에 비해 관객과 그 외의 부분들은 수준미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인의 공연에 대한 관객의 환호성과 다음 작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들, 전통 있는 공연으로 자리하고 있는 주최측의 인쇄물에 대한 실수 등은 작가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부분이었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천성우, 남수정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