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문화예술이 대중과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려는 작업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아트나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엘리트 중심의 문화예술 행위에서 벗어나 창작자와 대중이 예술의 생산, 수용, 소비를 함께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고, 예술가들에게는 실험적 창작의 바탕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의 ‘프로젝트 소제동 아트벨트’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전역 인근 소제동에 있는 철도관사촌을 현대적 감각에 담아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곳을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이번에 펼쳐진 <오늘 꾸는 꿈>은 ‘지금 이 순간만이 진정한 내 것’, ‘먹고 자고 사랑하고’, ‘자유롭게 훨훨’, ‘자연을 마주하고 시간을 가꾸다’라는 주제로 나누어 소제동의 관사16호, 마당집, 핑크집, 두충나무집 등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펼쳤다.
이 중 <공존할 수 없는 시간의 만남>(8.8, 대전 소제동 마당집)은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무용과 영상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융합적 작업을 영속적으로 추구한 김주빈, 이정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측면에 기인한다. 이들은 무용과 공학이라는 토대에서 각각 출발하지만 그 접점에서 통섭적 가치를 창출하며 동시대적 공연예술의 새로운 담론을 추구하고자 하였는데 이번 공연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일상적 문화공간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며 흥미를 주었다.
<공존할 수 없는 시간의 만남>은 프로젝트 <오늘 꾸는 꿈>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의 상상하는 인간이지만 영원히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전체적 담론을 자율적으로 해석하여 ‘경험과 시간성의 재조합’이라는 인식으로 풀고자 한다. 흐름은 여러 공간으로 분절된 속에서 행위자의 움직임에 의미를 달리한다. 첫 공간은 평범한 여인의 행위로 우연찮게 비가 오는 마당에서 이루어지며 일상적이면서도 처연함이 함께 녹아든다. 이어진 공간은 제한적이지만 그러한 굴레를 벗고자 하면서도 환상적 상상 속에서 이를 벗어버리고자 하는 소극적 의지를 보이다가 남에게 보임이 아닌 스스로 만족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 의지가 단선적인 호흡 속에서 그려진다.
이러한 흐름은 오르골 소리와 중첩되며 경계적 이미지가 표현되는데 같은 공간 속 유동적 동작과 영상 속 현실적 이미지가 공존하면서 인식의 혼종을 표현하다가 강한 비트의 음악 속에서 그 흐름은 깨어지면서 인식과 상상 그리고 현실의 충돌이 나타난다. 이는 창밖에 보이는 무용수의 행위가 현실이지만 열린 공간의 자율적 행위의 표현으로 흐름이 이어지며 작은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또한 한 공간에서 세 무용수의 미시적 다름이 다시 그려지면서 이것이 보편적 담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소통적 흐름이면서 한 개인의 이야기임을 알리며 잔잔한 여운을 준다.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 그리고 개인의 시간성이 거대담론에 함몰되어 보편적 정서를 띠지만 그 나름의 고유성이 있음을 말함에 있다. 이는 각각의 역할에 따른 무용수들의 개성적 몸짓과 개성의 집단적 조합이 합을 이룬 결과이다. 또한 공간적 구성과 서사구조의 자연스러운 영속성에서도 조화를 이루는데 이는 극장을 벗어나 관객과 지근거리에서 같이 호흡하고, 의미를 담은 공간적 표현, 특히 영상과 마당의 공존적 이미지 구현이 감흥을 주어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를 궁극적으로 실현하어 나타난 모습이다. 이는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보편적인 구조를 지닌 융복합 퍼포먼스 그리고 관객 참여의 실험적 공연 형태로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김주빈은 그동안 한국무용에 기반을 두면서도 안무작에서는 그러한 기반에서 벗어나 총체적 인식을 가진 작품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변별성을 주었다. 이는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동시대적 표현에 치중하는 클리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 그러하다. 그런 측면에서 움직임의 여러 본질이 구현되면서도 미디어의 활용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의 정체성은 앞으로도 주목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공학과 무용을 이해하는 이정섭의 작업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의 질을 높여 김주빈과 시너지를 이루기에 앞으로 진보된 융합 공연을 기대하게 한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김주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