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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동시대적 전통의 새로운 표현 방법론 - 리을무용단 <+_영원Ⅱ>

근래 무용이 공연의 다양성을 위해 여러 방법론을 찾고 있다. 이는 제4차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획정된 주입식 관념의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의 고답적 자세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서고자 하는 자구적 노력에서 비롯된 면모일 수 있다. 제4차 산업이 지향하는 것이 결국 디지털에 기반한 효율적 산업 구조라고 했을 때 이러한 수용은 무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면서 동시대 기호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무용은 아무래도 정신적인 것과 감성이 지배하는 장르이기에 이러한 디지털에 바탕을 둔 요소가 지배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수용하여 활용한다면 새로운 가치와 효율성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들어 리을무용단은 문화전통에 토대를 두면서도 질감 있는 영상 활용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어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공연된 <+_영원Ⅱ>(2020.9.18.,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2019년 30여분에 걸쳐 공연된 것을 한 시간으로 새롭게 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전해주었다.

 

 

ⓒ옥상훈 

이 작품은 1. 프롤로그1: 솟대, 2. 프롤로그2: 색(色), 3. 적(赤) 낭만적 희(喜), 4. 청(靑) 유희적 락(樂), 5. 황(黃) 타인의 욕(慾), 6. 자(紫) 의문적 오(惡), 7. 백(白) 파편적 로(怒), 8. 흑(黑) 심연의 애(哀), 9. 녹(綠) 이상적 애(愛), 10. 에필로그. +(영원)로 구성되어 있다. 시퀀스별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본성과 그와 관련된 색감의 해석을 통해 이를 이미지화하려 한다. 이는 앞부분에서 분절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기타 선율 등을 비롯한 현대적 음색 속에서 전통탈을 쓴 무용수들이 유동적 표현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러면서 탈을 벗은 무용수의 몸짓은 심정의 고요함을 전하려하면서도 강한 음률 속에서 리듬 패턴을 가진 운동성을 가미하면서 묘사적 행위로 나아간다.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대비적 양상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려하는 특질을 드러내는데 앞서의 구조적 양상도 대부분 이러한 의식에서 비롯되고, 이어지는 장면 전환의 문턱인 탈을 쓴 무용수와 무대 바닥에 비추어진 도시적 기호의 대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옥상훈 

 

종국에는 동시대적 감수성에 깃든 집단의 역동적 동작 그리고 다시 무대에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민화 ‘십장생도’ 속 홀춤 등이 인간의 본질적 표현이면서 이미지에 대한 심리적 해석으로 구현되어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려낸다. 이렇게 <+_영원Ⅱ>는 전통적이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이 대비적 조화를 이루며 원형과 전형의 본질을 관객에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는 한국적 토대에 기초를 둔 오브제와 표현방식 그리고 무대 구성과 음악 등에서는 동시대 정서를 담아낸 측면에서 그러하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 창작무용, 리을무용단이 현실에 적응하려는 실험으로 의미가 있다.       

 

 

ⓒ옥상훈 

최근 리을무용단이 추구하고 있는 프로젝션 매핑을 통한 무대 구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무리 없이 적용되어 빛을 발한다. 스크린을 통한 영상이 아닌 무대 바닥을 활용한 여러 기술적 장치는 미니멀적이면서도 이 작품이 지향하는 총합적 이미지 그리고 본질을 그대로 설명한다.

 

이번 공연은 온라인 공연으로 관객과 소통하였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지향한 영상을 활용한 무대구성은 온라인으로 시청한 대중에게 오히려 뚜렷하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점은 영상만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안무와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리을무용단의 동시대적 전통의 감각적 해석에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