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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통한 이행의식으로서의 여정 -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



 몸은 죽었으나, 영혼은 아직 떠나지 않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열렬한 경험을 말하고자 했던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이 작년에 이어 프랑스 초청 공연을 앞두고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4월 24~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다시 서게 되었다. 이번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내년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 초청공연을 앞두고 재정비된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인데, 샤이오 국립극장은 프랑스 유일의 무용 중심 극장으로 한국 안무가 초청은 신무용의 선구자 최승희 이후 두 번째이다. 따라서 한국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정통 유럽무대에 성공적으로 올리는 것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책임이 막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아직>은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꼭두'를 모티프로 한다. ‘꼭두’는 상여를 장식하던 장식물로 사람의 모형을 하고 있으며 과거에 망자의 영혼을 수호하거나 길잡이 역할을 하고 때로는 위로의 역할도 맡았다. 즉, 이 세상을 떠난 슬픔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주는 존재였다. 이러한 과거와 미래의 매개인 꼭두를 다룸으로써 현대사회에서 죽음이 가지는 의미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이 작품의도였다면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해 고통의 제의를 펼치는 것이 실제의 형태이다. 그러나 고통의 제의 속에는 반어법이 담겨있으며 한국의 전통적 의식 범주에서 무용수들은 이승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가 아닌 삶의 연장선에서 펼쳐지는 다른 차원의 죽음으로 그리며 귀신과 도깨비로 구현된다.


 그 표현을 위해 안애순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즉흥성과 유희성이 작품에 짙게 배어있다. 그녀의 춤어휘는 한국적 춤사위와 현대무용 기법, 전통적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려는 노력과 감각적인 모던함이 혼재하며 이번에도 그것은 잘 드러났다. 또한 도깨비 유머와 몽환적 세계를 그려온 작가 주재환, 전통 음악의 새로운 차원을 실험하는 이태원, 프랑스 조명디자이너 에릭 워츠(Eric Wurtz)의 참여는 전작보다는 우화적 느낌을 강하게 살려냈다. 특히 무속적 요소를 담은 지전의 사용과 구음을 사용한 음악, 어두운 가운데 도깨비불을 연상시키는 불빛 등은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미묘한 터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심전심으로 다가온 것은 한계 상황까지 고조되어 죽음 충동을 넘어서는 무용수들(한상률, 김동현, 윤보애, 조형준, 김호연, 허효선, 강요섭, 이윤희, 김건중, 손주연, 정윤정, 이흥원, 김민진, 김지민)의 카오스적인 군무였다. 또한 그로테스크하게 몸을 변형시키고 각자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설정한 그들 개개인의 움직임은 서구의 좀비와는 다른 귀신 혹은 도깨비의 정서를 풍겼다. 이들의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못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춤은 마지막 백드롭 구조물이 앞으로 쏟아지며 그 중앙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물질 속으로 덩실덩실 너울너울 춤추며 걸어 들어가는 장면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보여 진다.


 무용의 역사에서 인간은 탄생식, 결혼식, 성인식, 장례식과 같은 이행의식에 춤을 동반했다. <이미아직>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코드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특히나 우리의 전통 속에서 현생을 떠도는 망자들이 꼭두를 매개로 죽음으로의 이행의식을 치루는 과정에서 괴로움과 회환이 아니라 이생에서 놀다가는 한판을 벌이고 기꺼이 저승으로 행하고자 하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과거의 ‘이미’와 미래의 ‘아직’이 연계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난장판인 현재의 중재가 있으므로 가능했고, 다만 조금 더 명확하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겠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국립현대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