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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발레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나눔- <발레 스페셜 갈라>

클래식발레, 모던발레, 창작발레 등 다양한 발레 갈라 프로그램으로 발레 마니아들에게 가슴 뜨거운 무대를 선보인 발레STP협동조합의 대표 프로젝트 <발레 스페셜 갈라>가 10월 3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있었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발레STP협동조합의 <발레 스페셜 갈라 프로젝트>는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예술의 전당과의 두 번째 기획공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온라인 형태의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라이브를 진행한 이번 공연이 큰 의미를 가진 것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와 함께 하는 생명나눔 문화활성화 사업을 통해 진정 아름다운 나눔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아름다운 신체를 춤으로 구현하는 발레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더욱 소중한 나눔의 기회를 인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한 공연이 있을 때마다 단체장이 나와서 작품소개와 장기조직기증의 의의와 방법 등을 설명해주므로 인해 더욱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발레STP협동조합<함께 기뻐하라> 

 

첫 무대는 발레STP협동조합 유선식 안무의 <함께 기뻐하라>였다. 마이트리는 요가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법 중 하나로, 단순히 사랑이나 선의라는 뜻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선의의 대상이 되는 것과의 일체감을 포함한다. 이는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와 그 뜻을 함께 한다. 유선식은 안무에 여러 무용수들이 등장해 산소호흡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호흡과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를 은유적으로 사용했다. 나눔의 기쁨을 발레 동작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는데, 창작발레가 갖는 다양한 표현의 범위와 무용수들의 솔직한 움직임이 장기기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하지만 실천의 용기가 부족한 우리에게 장기기증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들었다.  

 

 

서울발레시어터<파리의 불꽃>ⓒBABAMEDIA

 

서울발레시어터가 보여준 <파리의 불꽃 中 그랑파드되>는 ‘바실리 바이노넨(Vasily Vaunonen)’의 안무를 되살리되 전체적으로는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로 대변되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향락적인 귀족들의 모습과 민중들의 고달픈 삶이 대비되는 당시의 시대상을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해낸 작품인데, 특히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의 2막 파드되는 <파리의 불꽃> 중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Odongoo Khatanbaatar와 김향림의 무대는 고전발레에서는 보기 드문 프랑스 시민혁명을 주제로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인 작품에서, 그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했다.   

 

 

국립발레단<호이랑>ⓒ손자일

 

이재우, 박슬기가 선보인 특별초청공연 국립발레단의 <호이 랑 파드되>는 역시나 국립발레단의 주역은 다르다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국립발레단이 2019년 발레단의 솔리스트 강효형의 안무로 첫 선을 보인 <호이 랑>은 조선시대 효녀 부랑의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을 더한 창작 드라마 발레로 노쇠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공을 세우는 소녀 ‘랑’의 효심과 사랑을 그린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전체 주제가 ‘따스한 가족애’와 ‘진취적 여성상’을 그려내는 것이나 이 파드되에서는 남녀의 사랑을 절실하게 그려냈다. 박슬기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뛰어난 연기력, 이재우의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어우러져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호이 랑> 자체의 완성도와 대중성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원국발레단<돈키호테 3막 中 그랑 파드되>

 

이원국발레단 <돈키호테 3막 中 그랑 파드되>는 이원국과 오예린이 맡았다. 원작과 달리 발레에서 돈키호테는 이발사 바질과 선술집 딸 키트리의 사랑 이야기인데, 부채를 사용해 화려하게 춤추는 키트리의 여성적 매력과 더불어 발레리나 최고의 32회전이 구사된다. 오예린은 그 역할을 충실히 했고, 여전히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이원국의 모습이 큰 나이 차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남성무용수의 공중회전 등 고난도 발레 기교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단장인 이원국이 직접 출연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기여했다.  

 

 

와이즈발레시어터<산책>

 

김용걸이 안무한 와이즈발레시어터의 〈Une Promenade (산책)〉은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의 피아노 연주와 남녀의 춤이 하모니를 이뤘다. 고난도의 기교를 과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현정과 Bilgude Ariunbold가 보여준 정갈한 느낌의 듀엣은 해질녘 즈음 인적이 드물어가는 어느 한산한 공원에서 만난 남녀의 설레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그렸다. 폭발적인 에너지는 아니었으나 차분하게 조율된 감성이 돋보였다. 

 

 

SEO(서)발레단<파키타>

 

SEO(서)발레단의 〈Paquita 파키타 中〉에서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가 점령하고 있는 에스파냐를 무대로, 납치되어 집시로 살고 있던 귀족의 딸 ‘파키타’가 프랑스군 장교 ‘루시앙’의 생명을 구해주면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그러나 신분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후에 ‘파키타’의 신분이 귀족임이 밝혀지면서 ‘루시앙’과 결혼식을 올리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 중 한 장면을 재안무한 것으로, 군무진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과 화려한 의상과 음악, 무대장치가 어우러져 대작의 느낌을 살렸다. 

 

사실상 갈라라는 형식이 짧은 소품들로 구성된 만큼 여러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온라인을 통해 전작을 보여주기보다는 적절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발레 스페셜 갈라>는 많은 관객들이 건강함과 아름다운 인간신체의 정점을 보여주는 발레를 통해 장기·인체조직의 나눔의 중요성에 대해 작게나마 인식의 변화를 이룬다면 진실로 뜻 깊은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더불어 발레STP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모토인 Sharing Talent Program에 적합한 진정한 나눔이 실현되는 장(場)이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발레STP협동조합